[송태형의 현장노트] 뮤지컬 덕후 관람태도에 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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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삼동 LG아트센터 마지막 공연
지난 27일 '하데스타운' 종연 현장
객석 가득 메운 관객 집중도 돋보여
'퇴장음악' 끝날 때까지 남아 경청
"한국 뮤지컬 시장의 힘은 관객"
지난 27일 '하데스타운' 종연 현장
객석 가득 메운 관객 집중도 돋보여
'퇴장음악' 끝날 때까지 남아 경청
"한국 뮤지컬 시장의 힘은 관객"
"여러분이 보실 뮤지컬 '하데스타운'(사진)은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올려지는 마지막 공연입니다. 이 공연을 끝으로 역삼동 LG아트센터는 22년의 긴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지난 27일 오후 7시께 서울 역삼동 GS타워 내 LG아트센터. 공연장 하우스매니저의 안내방송에 객석 여기저기서 '아~'하는 탄성이 흘러나왔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6개월의 대장정을 마치는 뮤지컬 '하데스타운'의 '막공'이자 역삼동 LG아트센터 '막공'의 현장 분위기를 느껴보고자 공연장을 찾았습니다. 당연히 매진일 줄 알았는데 취소표가 몇 장 있었나 봅니다. 예매사이트에서 어렵사리 3층 객석 구석 자리 한 좌석을 구매했습니다.
객석은 입추의 여지가 없습니다. 대부분 한국 뮤지컬의 주요 관객층인 20~30대 여성입니다. 공연 전 관객들이 나누는 얘기를 들어보니 이미 두세 번은 봤던 '회전문 관객'들입니다. 저도 올초 이 공연을 관람했으니 '회전문 관객'인 셈인데 재관람하는 동기는 다릅니다. 이들은 '하데스타운'을 다시 보고 싶어, '막공'을 아쉬워하며 찾은 관객들이죠. 저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현장을 취재차 온 것이고요.
공연이 시작됐습니다. 공연장 거의 맨 꼭대기 구석 자리임에도 무대가 시원하게 잘 보입니다. 보통 공연장은 말발굽 형태나 부채꼴 모양의 객석인데 역삼동 LG아트센터 객석 구조는 직육면체 박스 형태입니다. 영화관과 비슷하죠. 또 무대 천장이 높고 객석의 경사가 좀 있는 편입니다. 따라서 객석 어느 자리에서나 무대가 잘 보입니다. 사각지대나 시야장애석이 없습니다. 관객들이 무대를 잘 보려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거나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됩니다. 여기에 음향 환경과 시설이 잘 갖춰져 울림이 좋습니다. 1103석 규모여서 대극장으로 분류됨에도 대부분의 연극 공연이 마이크 없이 육성으로 행해지는 이유입니다. 관객들이 무대에 집중하기 좋은 공연장이라는 얘기죠. 공연애호가들이 LG아트센터를 선호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이런 환경적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이날 관객들의 집중력은 유독 뛰어났습니다. 다들 딴짓하거나 뒤척이지 않고 무대에 집중합니다. 정말 공연을 보고 싶어 온 관객들임을 짐작케 합니다. 무대에서 배우들이 다 같이 박수를 치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이 뮤지컬의 음악은 바탕이 재즈여서 엇박자로 쳐야 하는데요. 그런 장면들이 나올 때마다 객석에서 함께 박수를 치는 데 박자에 틀림이 없습니다. '와~오늘 관객들은 모두 선수들이네!' 속으로 감탄했습니다. 흐름 상 객석에서 박수가 나올 타이밍에 어김이 없습니다. 배우들이 노래를 끝내거나 연주가 끝날 때마다 박수가 터져 나옵니다. 마지막 공연이어서 그런지 배우들의 집중력도 뛰어납니다. 6개월을 해온 공연이라 연주자들의 연주나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의 조화가 농익을 때로 익었습니다.
극이 종료되고 배우들이 인사할 무렵 관객들은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일어섰습니다. 앞 좌석에서, 주변에서 일어서니 어쩔 수 없이 따라서 일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의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기립해 박수를 보냅니다. 이후 커튼콜 무대가 시작됐습니다. 극 중 페르세포네를 열연한 배우 박혜나가 공연 중 달았던 무선 마이크를 떼고 '생 목소리'로 앙코르 송 '잔을 높이 들고'를 선창합니다. 공연장의 좋은 음향 환경을 타고 박혜나의 맑고 고운 음성이 울려 퍼집니다. 관객들은 거의 숨소리도 내지 않고 경청합니다. 앙코르 송이 끝나고 배우들이 무대에서 모두 퇴장할 때까지 박수가 이어졌습니다.
제가 감탄해 마지않은 대목은 다음입니다. 이제 무대에 남은 7인조 밴드가 이른바 퇴장 음악(EXIT MUSIC)을 연주합니다. 저는 옷을 챙기고 일어섰는데 꼼짝할 수 없었습니다. 다들 자리에 다시 앉아 밴드의 연주가 끝날 때까지 귀를 기울인 후 연주자들에게 박수를 아낌없이 보냅니다. 제가 이전에 다른 뮤지컬의 리뷰를 쓸 때 퇴장 음악 연주가 좋으니 끝까지 들어보라고 조언한 적이 있는데요. 당시 대부분의 관객이 음악을 조금도 듣지 않고 공연장을 빠져나가는 게 안타까워서 썼던 기억입니다. 저도 이런저런 뮤지컬 공연을 두루 다녀봤지만 일부 소극장 공연을 빼고 이렇게 퇴장 음악까지 모두 남아 즐기는 관객들은 처음 봤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발발한 이후에도 한국 공연, 특히 뮤지컬 공연은 하루도 쉰 적이 없습니다. 미국과 영국 등 뮤지컬 원조 국가들의 배우와 아티스트들이 한국 시장을, 한국 관객을 부러워했죠. 한국 뮤지컬 공연계가 어려운 환경을 헤쳐나가고 극복해나갈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바로 관객들에게 있음을 이날 현장에서 새삼 깨달았습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여러분이 보실 뮤지컬 '하데스타운'(사진)은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올려지는 마지막 공연입니다. 이 공연을 끝으로 역삼동 LG아트센터는 22년의 긴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지난 27일 오후 7시께 서울 역삼동 GS타워 내 LG아트센터. 공연장 하우스매니저의 안내방송에 객석 여기저기서 '아~'하는 탄성이 흘러나왔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6개월의 대장정을 마치는 뮤지컬 '하데스타운'의 '막공'이자 역삼동 LG아트센터 '막공'의 현장 분위기를 느껴보고자 공연장을 찾았습니다. 당연히 매진일 줄 알았는데 취소표가 몇 장 있었나 봅니다. 예매사이트에서 어렵사리 3층 객석 구석 자리 한 좌석을 구매했습니다.
객석은 입추의 여지가 없습니다. 대부분 한국 뮤지컬의 주요 관객층인 20~30대 여성입니다. 공연 전 관객들이 나누는 얘기를 들어보니 이미 두세 번은 봤던 '회전문 관객'들입니다. 저도 올초 이 공연을 관람했으니 '회전문 관객'인 셈인데 재관람하는 동기는 다릅니다. 이들은 '하데스타운'을 다시 보고 싶어, '막공'을 아쉬워하며 찾은 관객들이죠. 저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현장을 취재차 온 것이고요.
공연이 시작됐습니다. 공연장 거의 맨 꼭대기 구석 자리임에도 무대가 시원하게 잘 보입니다. 보통 공연장은 말발굽 형태나 부채꼴 모양의 객석인데 역삼동 LG아트센터 객석 구조는 직육면체 박스 형태입니다. 영화관과 비슷하죠. 또 무대 천장이 높고 객석의 경사가 좀 있는 편입니다. 따라서 객석 어느 자리에서나 무대가 잘 보입니다. 사각지대나 시야장애석이 없습니다. 관객들이 무대를 잘 보려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거나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됩니다. 여기에 음향 환경과 시설이 잘 갖춰져 울림이 좋습니다. 1103석 규모여서 대극장으로 분류됨에도 대부분의 연극 공연이 마이크 없이 육성으로 행해지는 이유입니다. 관객들이 무대에 집중하기 좋은 공연장이라는 얘기죠. 공연애호가들이 LG아트센터를 선호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이런 환경적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이날 관객들의 집중력은 유독 뛰어났습니다. 다들 딴짓하거나 뒤척이지 않고 무대에 집중합니다. 정말 공연을 보고 싶어 온 관객들임을 짐작케 합니다. 무대에서 배우들이 다 같이 박수를 치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이 뮤지컬의 음악은 바탕이 재즈여서 엇박자로 쳐야 하는데요. 그런 장면들이 나올 때마다 객석에서 함께 박수를 치는 데 박자에 틀림이 없습니다. '와~오늘 관객들은 모두 선수들이네!' 속으로 감탄했습니다. 흐름 상 객석에서 박수가 나올 타이밍에 어김이 없습니다. 배우들이 노래를 끝내거나 연주가 끝날 때마다 박수가 터져 나옵니다. 마지막 공연이어서 그런지 배우들의 집중력도 뛰어납니다. 6개월을 해온 공연이라 연주자들의 연주나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의 조화가 농익을 때로 익었습니다.
극이 종료되고 배우들이 인사할 무렵 관객들은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일어섰습니다. 앞 좌석에서, 주변에서 일어서니 어쩔 수 없이 따라서 일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의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기립해 박수를 보냅니다. 이후 커튼콜 무대가 시작됐습니다. 극 중 페르세포네를 열연한 배우 박혜나가 공연 중 달았던 무선 마이크를 떼고 '생 목소리'로 앙코르 송 '잔을 높이 들고'를 선창합니다. 공연장의 좋은 음향 환경을 타고 박혜나의 맑고 고운 음성이 울려 퍼집니다. 관객들은 거의 숨소리도 내지 않고 경청합니다. 앙코르 송이 끝나고 배우들이 무대에서 모두 퇴장할 때까지 박수가 이어졌습니다.
제가 감탄해 마지않은 대목은 다음입니다. 이제 무대에 남은 7인조 밴드가 이른바 퇴장 음악(EXIT MUSIC)을 연주합니다. 저는 옷을 챙기고 일어섰는데 꼼짝할 수 없었습니다. 다들 자리에 다시 앉아 밴드의 연주가 끝날 때까지 귀를 기울인 후 연주자들에게 박수를 아낌없이 보냅니다. 제가 이전에 다른 뮤지컬의 리뷰를 쓸 때 퇴장 음악 연주가 좋으니 끝까지 들어보라고 조언한 적이 있는데요. 당시 대부분의 관객이 음악을 조금도 듣지 않고 공연장을 빠져나가는 게 안타까워서 썼던 기억입니다. 저도 이런저런 뮤지컬 공연을 두루 다녀봤지만 일부 소극장 공연을 빼고 이렇게 퇴장 음악까지 모두 남아 즐기는 관객들은 처음 봤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발발한 이후에도 한국 공연, 특히 뮤지컬 공연은 하루도 쉰 적이 없습니다. 미국과 영국 등 뮤지컬 원조 국가들의 배우와 아티스트들이 한국 시장을, 한국 관객을 부러워했죠. 한국 뮤지컬 공연계가 어려운 환경을 헤쳐나가고 극복해나갈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바로 관객들에게 있음을 이날 현장에서 새삼 깨달았습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