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 시가총액이 작년 말 기준 55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52조원), 삼성바이오로직스(51조원), 카카오(41조원) 등 유가증권시장 상위 종목들의 시총보다 많은 수준이다. 하루 평균 거래 규모도 11조원을 웃돌아 유가증권시장 하루 거래대금(10조원 안팎)과 비슷했다. 실명인증을 마친 실제 이용자 수는 558만 명에 달했고 10억원 이상 암호화폐 자산을 갖고 있는 ‘슈퍼 코인개미’도 4000여 명이나 됐다.
코인 시총 55조…하루 거래량은 코스피급

하루 평균 4회, 75만원 매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1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1년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29개 가상자산사업자(24개 거래업자, 5개 기타업자)가 금융당국에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국내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암호화폐 시총은 유가증권시장 시총(2100조원)의 40분의 1 수준인 55조20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하반기 6개월 동안 암호화폐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 규모는 11조3000억원으로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 하루 평균 거래대금(8조~13조원)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투자 대기자금 격인 원화예치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7조6400억원이었다. 국내에서 거래 중인 암호화폐는 총 1257개(사업자 간 중복 포함)에 달했다.

고객확인의무(KYC) 절차를 완료한 실제 암호화폐 투자자 수는 558만 명으로 조사됐다. 원화마켓 이용자가 553만 명으로 99%를 차지했으며 코인마켓 이용자는 5만6000명에 그쳤다. 성·연령별로는 30대 남성 이용자가 121만 명(21.7%)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 남성(98만 명), 20대 이하 남성(97만 명), 30대 여성(53만 명) 등 순이었다.

투자자의 절반이 넘는 56%(313만 명)는 100만원 이하 소액 투자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1000만원 이상 자산가는 전체의 15%인 82만 명이었고 1억원 이상 고액자산가도 9만 명(1.6%)이나 됐다. 10억원 이상 초고액자산가는 4000명(0.1%) 정도였다. 암호화폐 하루 평균 매도·매수 횟수와 거래금액은 각각 4.1회, 75만원이었다. 암호화폐거래소의 평균 수수료율은 0.17%로 한국거래소 주식 매매수수료율(0.0027%)의 63배에 달했다. 이 같은 수수료 수익에 힘입어 국내 코인거래소들은 작년 9월 말 기준 3조3700억원의 막대한 영업이익을 거뒀다.

코인 변동성, 코스피의 4배 넘어

국내 ‘코인러’들의 위험 추구 성향은 해외 투자자들에 비해 높다는 평가다. 시총 1·2위 암호화폐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거래 비중은 글로벌 시장에서 59%였지만 국내 원화마켓에선 27%에 불과했다. 국내 시총 상위 10대 암호화폐 가운데 글로벌 ‘톱10’에 이름을 올린 암호화폐는 5개에 불과했다. 그만큼 한국인들이 비주류 알트코인들을 많이 담고 있다는 얘기다.

또 국내 유통 암호화폐 중 단 하나의 거래소에만 상장된 ‘단독 상장 암호화폐’가 차지하는 비율도 65%를 차지했다. 단독 상장 암호화폐 비중이 90% 이상인 거래소도 7곳이나 됐다. 암호화폐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독 상장일수록 변동성이 크고 특정 세력의 ‘작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FIU도 “이용자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이런 탓에 암호화폐 시장은 높은 시세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작년 하반기 기준 암호화폐의 최고점 대비 가격하락률(MDD) 평균치는 약 65%로 유가증권시장의 4.4배에 달했다. 전체 암호화폐의 41%가 70% 이상 MDD를 기록했을 만큼 시장의 부침이 심하다는 지적이다. FIU는 앞으로 반기마다 실태조사를 벌여 국내 암호화폐 시장 데이터를 축적해 나갈 방침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