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올 들어서만 네 번째 나온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규탄 공동성명에 처음 참여했다. 유엔에서 발표된 대북 공동성명에 한국이 참여한 것은 5년 만이다. ‘대화 재개 모멘텀 유지’를 이유로 올 들어서만 세 차례 대북 규탄 공동성명에 불참해온 한국이 국내외 비판 여론을 의식해 돌연 방침을 바꿨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고 북한이 지난달 27일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추정 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안보리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비공개 회의를 연 것은 올 들어 다섯 번째다. 회의 직후 한·미·일 등 11개국 주(駐)유엔 대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여러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우리는 이런 불법적이고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행동을 가장 강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번 성명에는 정부가 그동안 북한이 민감해한다는 이유로 표현을 자제해온 북한에 대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CVID)”이라는 표현도 담겼다.

한국이 유엔에서 발표된 대북 규탄 공동성명에 참여한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 16일 한·미·일 3국 주유엔 대사가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는 국제사회에 대한 진정한 위협”이라고 발표한 이후 처음이다. 미국 영국 등은 북한이 새해부터 여덟 차례 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이날을 포함해 지난 1월 10일·20일, 지난달 4일 등 네 차례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특히 앞선 세 차례의 공동성명에는 이례적으로 안보리 이사국이 아닌 일본 등도 참여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그동안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와 대화 재개를 위한 모멘텀(동력) 유지 필요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했다”며 공동성명에 불참해왔다.

정부는 갑작스레 방침을 바꾼 데 대해 ‘상황의 심각성’을 언급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1일 이번 성명에 동참한 이유에 대해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발사 및 심각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북한이 지난 1월 30일 이번 미사일보다 비행 거리가 월등히 길고 4년간의 모라토리엄(핵실험·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잠정 유예)을 파기하는 수준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발사했을 때보다 이번에는 상황의 심각성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이번 성명은 “북한의 행동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호주 뉴질랜드 한국도 합류했다”는 내용까지 포함되며 한국이 그동안 소극적인 목소리를 내온 점도 우회적으로 언급됐다.

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북한의 연이은 무력 도발에 커지는 국내외 비판 여론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국제사회가 북·중·러 등 권위주의 국가와 미국 중심으로 급격히 양분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소극적인 대러 제재 동참 모습에 미국이 실망을 드러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실패로 연계되는 여론도 의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