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뒤늦은 우크라이나 제재 동참에 따른 불똥이 기업들에 튀고 있다. 러시아 수출 통제에 뒤늦게 참여해 미국 측 허가를 받아야 한국 기업의 수출이 가능한 상황에 빠진 가운데, 국제금융통신망(SWIFT)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는 조치도 이틀 늦게 이뤄졌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4일 러시아 수출 통제와 관련해 7개 분야 57개 기술에 해외직접제품규제(FDPR)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FDPR은 미국 밖의 외국 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기술이 사용될 경우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정한 조항이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이 FDPR에서 금지한 기술 제품을 러시아에 수출하려면 미 상무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미국의 주요 우방국은 대부분 FDPR 예외 적용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 27개국은 물론 호주,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일본 등 32개국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 기업은 전자, 컴퓨터, 정보기술(IT), 보안, 센서 등과 관련된 제품을 수출할 때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할 처지에 빠지게 됐다. 한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늦게 동참한 데 따른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뒤늦게 미국 정부와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도 한발 늦게 시행하게 됐다. 이날 기획재정부는 △러시아 주요 은행과 금융거래 중단 △러시아 국채 투자 중단 △SWIFT 배제 등에 동참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EU, 일본 등이 관련 조치를 내놓은 지 이틀이 지난 시점에서다.

정부의 러시아 제재가 매번 한발 늦게 이뤄지면서 향후 한국 기업들의 경제활동이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 등 경쟁국이 자국 판단에 따라 러시아 수출을 재개할 시점에도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눈치를 살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뒤늦게 미국을 만족시키기 위해 다른 서방국가보다 한발 앞서 대러 제재에 나서면 우크라이나 사태 수습 이후 러시아와의 관계를 정상화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제재의 내용을 파악한 뒤 참여하다 보니 수출 제재 및 SWIFT 동참 발표 등이 하루나 이틀 늦어졌다”며 “절차적인 문제에 따른 것으로 한국이 러시아 제재에 미온적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통상 전문가는 “미국의 다른 우방국들은 모두 한목소리를 내고 한참 지나서야 한국이 뒤따라가는 모양새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며 “경제 이전에 외교에서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경목/김소현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