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치방역' 의심 받는 방역패스 폐지
안 지키면 영업정지까지 시킨다더니 이렇게 순식간에 정책을 뒤집나요.”

서울 불광동에서 5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언성부터 높였다. 정부가 1일부터 식당 등 11개 시설에 적용했던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일시 중단한다는 소식에 대한 반응이었다.

그는 “방역패스로 온갖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13일 정식 도입 첫날부터 그랬다. 질병관리청 앱이 접속 장애를 일으켜 혼란을 빚었다. “QR코드를 생성할 줄 모른다”는 어르신들과 다투는 일도 잦았다. 그는 “정부가 그동안 절대 폐지하지 않을 것처럼 고집을 피운 게 무엇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고 허탈해했다.

정부가 방역패스 제도를 일시 중단한 것을 두고 상당수 자영업자가 거센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5일까지만 해도 “가장 위험한 시설인 식당과 카페에서 방역패스를 중단할 계획은 없다”(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고 했다. 그러더니 불과 3일 만에 입장을 180도 뒤집었다. “보건소 인력 부족과 연령별·지역별 형평성을 고려했다”(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는 게 이유였다.

물론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창궐 후 자율방역으로 기조를 전환한 마당에 방역패스를 더 이상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 중에는 정부 방침을 환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런 조치가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방역패스가 도입된 지난해 11월 이후 이 정책은 줄곧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정부가 방역을 이유로 기본권인 자유를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 쟁점을 담고 있어서다. 전국 각지에서 관련 소송이 잇따랐고, 결국 법원은 잇따라 방역패스 일시 효력정지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도 정부는 “항고를 검토하겠다”(24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며 방역패스 강행 입장을 고수하다 뜬금없이 정책을 뒤바꿨다. 선거를 앞두고 자영업자 표심의 향배가 중요해지자 ‘일시’라는 조건을 붙여 단행한 ‘정치 방역’이란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국민은 방역패스, QR코드, 수기명부 작성 등 정부 지시를 묵묵히 따랐다. 그 결과는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 세계 1위’라는 불명예다.

일관성 없는 정책 변경에 ‘정부가 방역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는 국민도 늘어나고 있다. 어쩌면 이런 게 진짜 무서운 일일지도 모른다. 방역과 관련해 정부가 어떤 말을 해도 통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는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