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조사 없이 담합 과징금 감경…"직무태만 인정돼"
'과징금 오판' 218억 깎아준 공정위 직원…법원 "징계 타당"
시멘트 담합이 적발된 성신양회에 과징금 218억여원을 깎아줬다가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받은 공정거래위원회 직원이 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당시 한원교 부장판사)는 사무관 A씨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징계 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공정위는 2016년 3월 시멘트 담합이 적발된 성신양회에 과징금 436억5천600만원을 부과했다가 성신양회 측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절반인 218억2천800만원으로 깎아줬다.

성신양회 측 대리인들이 과징금 부담 능력이 없는 경우 감경할 수 있다는 근거에 따라 적자 재무제표를 들이밀었기 때문이다.

이 재무제표는 회계 기준에는 어긋나지는 않지만, 납부할 과징금을 비용에 미리 포함해 적자가 나도록 조정한 것이었다.

A씨는 이러한 사실을 주의 깊게 살피지 않은 채 "과징금이 과중하다고 판단되므로 50%를 감경함이 타당하다"는 보고서를 작성했고 공정위는 이를 받아들였다.

당초 대리인단은 적자로 인한 감경을 주장하지 않았는데, A씨가 대리인 측에 먼저 전화를 걸어 '적자는 감경사유에 해당하는데 주장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면서 이의신청 사유로 추가됐다.

이로 인해 공정위 측에서 이른바 '전관예우'를 해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대리인 중 한 명이 과거 공정위 근무 경험이 있는 전관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2017년 2월 과징금이 재무제표에 선반영된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이의신청 재결을 취소하고 성신양회에 과징금 감경분을 납부하라고 명령했다.

이후 감사를 거쳐 2020년 2월 A씨에게 "성실 의무를 위반했다"며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A씨는 불복해 행정 소송을 냈지만 재판부는 "원고(A씨)의 행위는 국가공무원의 성실의무를 위반한 직무태만 행위"라며 징계가 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다른 사무관은 이 사건에서 과징금이 선반영된 사실을 큰 어려움 없이 발견했다"며 "업무 수행에 있어 관련 규정에 따라 충분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A씨의) 업무는 부당한 공동행위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회사에 부과하는 거액의 과징금에 감경 사유가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이고 "공정거래위원회 의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된 측면이 있다"며 징계가 지나치게 무거운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