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발 통화 긴축 우려로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 피난처’로 리츠(REITs)가 주목받고 있다. 시세차익에 더해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매력이 부각된 영향이다. 최근 원자재발 물가 상승 압박이 커지자 리츠를 통한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수요도 커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국내 상장 리츠 가운데 오피스와 물류센터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종목을 눈여겨볼 만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코스피지수 웃돈 수익률

불안한 시장서 선방, 배당까지 따박따박…볼수록 매력 있는 리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리츠인프라·우선주 혼합지수는 3.45% 내렸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0.10%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선방했다. 연 5~6% 수준의 배당수익률까지 감안하면 리츠의 상대적 성과가 두드러진다.

리츠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업무용 빌딩 등 부동산에 투자한 뒤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상품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증시 전망이 불확실해지자 안정적인 리츠로 매수세가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현섭 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팀장은 “리츠는 증시가 불안할 때도 변동성이 작기 때문에 위험분산 측면에서 포트폴리오에 담아야 한다”며 “꾸준히 5% 내외 배당수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헤지가 가능하다는 점도 강세를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최근 세계적인 공급 병목현상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7.5% 급등해 1982년 2월 이후 40년 만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리츠는 실물 자산(부동산)을 기초로 하고 물가 상승분을 임대료에 전가할 수 있기 때문에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으로 꼽힌다.

금리 상승이 리츠의 수익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리츠는 통상 부채를 통해 자본을 조달하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부채 비용이 증가한다. 김다현 KB증권 연구원은 “과거 금리 상승이 곧 리츠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며 “실물 경기 흐름과 섹터별 산업 전망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피스·물류 리츠 유망”

업계에서는 리츠마다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라진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리츠에 투자할 때는 기초자산과 입지, 공실률, 임차인, 배당수익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리츠마다 갖고 있는 특징에 따라 수익률이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배당이력’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배상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리츠 종목을 고를 때 한 가지만 봐야 한다면 배당이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국내 리츠 중에선 신한알파리츠가 코로나19 위기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배당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올해 유망 리츠로는 오피스·물류 리츠가 꼽힌다. 배 연구원은 “최근 서울 권역의 오피스 시장에서 자산 가치 증가, 임대료 상승, 공실률 하락 등이 나타나고 있다”며 “물류는 세계적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국내 오피스 리츠로는 신한알파리츠, NH프라임리츠, SK리츠 등이 있다. ESR켄달스퀘어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등은 물류센터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이지스밸류리츠와 NH올원리츠는 오피스와 물류자산을 모두 갖고 있는 복합리츠다.

리츠 종목 선별이 어렵다면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분산투자도 고려할 만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부동산인프라고배당’은 국내 상장 리츠와 맥쿼리인프라 등을 담고 있다. 최근 1개월 수익률과 1년 수익률이 각각 3.36%, 25.86%를 기록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