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1명뿐인 나 홀로 입학식…도내 19개 초교는 1학년 '0명'
[르포] '보물같이 귀한 1학년' 강원 시골 초등학교의 입학식 풍경
"비록 작은 학교에 있지만, 눈은 높은 하늘로 마음은 넓은 세상으로 향하길 바랍니다.

"
2022학년도 새 학기를 시작한 2일 강원 홍천군 화촌초등학교에서 신입생을 맞이한 이경 교장은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전교생을 향해 환영사를 말했다.

아버지 손을 잡고 학교에 도착한 김규현(7)군은 조금 긴장한 모습으로 입학식이 열리는 체육관으로 들어섰다.

이 학교는 오늘 나 홀로 입학식을 열었다.

신입생이 1명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담임선생님과 선배 누나·형들은 1학년이 된 김군에게 꽃다발과 선물을 건네며 입학을 축하했다.

마이크를 잡은 김군은 "환영해주셔서 감사하고, 저는 커서 경찰관이 되고 싶어요"라고 자기소개를 했다.

입학식이 끝나고 교실로 향하는 김군을 위해 전교생이 두 줄로 모여 손뼉 치며 막내의 첫 등교를 환대했다.

[르포] '보물같이 귀한 1학년' 강원 시골 초등학교의 입학식 풍경
나 홀로 입학식을 준비하는 선생님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걱정이 자리하고 있다.

이 학교는 올해 전교생이 16명이다.

지난해에는 34명으로 학년마다 1학급을 유지했지만, 많은 졸업생과 전학생으로 올해는 전교생이 절반 넘게 줄었다.

이에 1·2학년 학급을 통합해 복식수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는 강원 시골 마을 소규모 학교 대다수가 겪는 어려움이다.

시골 동네에 갓난아이 울음소리는 뚝 끊겼고, 귀농인 대부분은 고령자로 신입생과 전학생 모시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결국 특성 있는 교육과정·방과 후 프로그램 운영으로 도심에서 신입생을 끌어와야 하는데 먼 곳으로 자녀를 보내도록 학부모 마음을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

화촌초 역시 디지털교과서 활용, 소프트웨어 교육 운영, 특색있는 체험활동 등을 진행해 신입생 모시기에 나섰다.

하지만 신입생은 1명에 그쳤다.

이경 교장은 "시골 작은 학교는 학생 1명에게 몰입해 교육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 규모 키우기는 불가능한 조건 속에서 최적화한 교육 환경과 프로그램을 만들어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진행해가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저출생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는 이곳 화촌초를 포함해 도내 학교 곳곳에 영향을 끼쳤다.

[르포] '보물같이 귀한 1학년' 강원 시골 초등학교의 입학식 풍경
도 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교 40곳이 올해 신입생을 받지 못했거나 1명만 받았다.

춘천 당림초 등 초등학교 19곳과 삼척 하장중 등 중학교 2곳, 영월 상동고 등 초·중·고 총 22곳은 신입생이 한 명도 없어 입학식을 열지 못했다.

원주 황둔초 등 초등학교 18곳은 나 홀로 입학식을 진행했다.

도내 초등학교 학급 수는 지난해보다 1개 늘었고, 중·고등학교는 각 16개, 42개 줄어 전체적으로는 57개 학급이 감소했다.

작년 대비 초교생은 686명, 고교생은 1천466명 줄었으나 중학생은 149명 늘었다.

학급·학생 수 감소 폭 모두 고등학교가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

도내 학생 수 감소는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도 교육청의 '2022∼2026학년도 중장기 학생 추계'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등학생 수는 2020년 15만1천118명에서 지난해 14만8천641명으로 1년 동안 2천477명(1.63%) 감소했다.

이는 재작년 전망한 감소 학생 수 1천222명(0.8%)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학생 감소 추세는 매년 지속해 4년 뒤인 2026학년도에는 지난해보다 1만4천11명 줄어든 13만4천630명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저출생 여파로 초등학생 수가 큰 폭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정영춘 도교육청 행정과장은 "코로나19 장기화 속 학급 정원 축소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앞으로 학생 수 추이, 교실 여건, 교원 수급 상황 등을 종합해 학급당 적정 학생 수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르포] '보물같이 귀한 1학년' 강원 시골 초등학교의 입학식 풍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