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구한 의학의 전설들·더 파이브
[신간] 꽃잎 한 장처럼
▲ 꽃잎 한 장처럼 = 이해인 지음.
그 어느 때보다 진실한 위로와 축복이 필요한 지금, 계속되는 코로나19 거리 두기로 사람의 온기가 더욱 그리운 때다.

올해로 만 77세를 맞은 저자는 책 제목처럼 온기와 향기를 품은 글들로 위안과 용기를 보낸다.

책에 실린 시와 에세이 등의 글들은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쓰인 것으로, 2019년 12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2년여 동안 일간지에 실렸다.

예컨대, 시 '비 오는 날의 연가'에서 저자는 "…(전략)…// 일흔 살이 넘은 지금/ 비가 오면/ 몸이 많이 아파서/ 마음 놓고 웃을 수는 없지만// 떨어지는 빗줄기/ 기도로 스며들고/ 빗방울은 통통 튀는/ 노래로 살아오니// 힘든 사람부터/ 사랑해야겠다/ 우는 사람부터/ 달래야겠다// 살아 있는 동안은/ 언제 어디서나/ 메마름을 적시는/ 비가 되어야겠다/ 아니 죽어서도/ 한줄기 비가 되어야겠다"고 노래한다.

'3월의 바람'이라는 시를 통해서는 "필까 말까/ 아직도 망설이는/ 꽃의 문을 열고 싶어/ 바람이 부네// 열까 말까/ 망설이며/ 굳게 닫힌/ 내 마음의 문을 열고 싶어/ 바람이 부네// 쌀쌀하고도/ 어여쁜 3월의 바람/ 바람과 함께/ 나도 다시 일어서야지/ 앞으로 나아가야지"라며 새 출발을 다짐한다.

샘터. 368쪽. 1만6천원.
[신간] 꽃잎 한 장처럼
▲ 세상을 구한 의학의 전설들 = 로날트 D. 게르슈테 지음. 이덕임 옮김.
의사이자 역사가인 저자는 의학적 선구자들과 그들이 이뤄낸 위대한 발견을 소개한다.

책은 코로나19의 지구촌 엄습에 따라 지금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 '손 씻기'를 최초로 주장한 이그나즈 제멜바이스부터 인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린 '수술용 장갑'을 발명한 윌리엄 할스테드, 인류를 고통과 공포의 위협에서 해방시킨 제임스 심슨의 '기적의 마취제'에 이르기까지, 현대 의학의 토대를 만든 선구자들과 그들의 역사적 발견을 다룬다.

저자는 이런 의학적·과학적 '사건'들을 세계사의 분기점이 된 1840년부터 1914년까지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짚어나간다.

책은 '죽음의 손', '등불을 든 여인', '세기의 전환', '폭발하는 진보의 새 발걸음' 등 23개 장으로 구성됐다.

한빛비즈. 460쪽. 1만8천800원.
[신간] 꽃잎 한 장처럼
▲ 더 파이브 = 핼리 루벤홀드 지음. 오윤성 옮김.
130여 년 전, '잭 더 리퍼'라는 살인자에게 희생됐던 이들의 삶과 죽음에 관한 논픽션이다.

살인자는 시대를 뛰어넘어 재해석되며 세계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반면, 그에게 살해당한 다섯 명의 여자는 오로지 '매춘부들'로 불렸고 자극적인 '시신'의 모습으로 박제됐다.

영국의 역사 저술가인 저자는 19세기 런던 화이트채플 살인사건에서 의도적으로 지워졌던 사회적 맥락과 차별의 문제를 파헤친다.

그는 모든 자료를 바탕삼아 다섯 희생자의 저마다 다른 한 걸음 한 걸음을 사건 발생 130여 년 만에 되살려낸다.

가해자가 영웅시되고 피해자는 문제 있는 여자로 낙인찍히는 현상은 지금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그 근간에는 시대와 국경을 초월하는 뿌리 깊은 가부장제와 여성혐오가 자리하고 있다고 하겠다.

북트리거 펴냄. 468쪽. 1만8천5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