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문 '부끄러운 서울대 1만인 선언 모임' 공동대표(왼쪽)가 2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병문 '부끄러운 서울대 1만인 선언 모임' 공동대표(왼쪽)가 2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 졸업생들로 구성된 한 동문 모임이 2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겨냥해 “그를 도저히 우리 사회의 지도자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했다. 윤 후보는 서울대 법학과 79학번이다. 선언에는 6800여명의 졸업생들이 동참했다.

‘부끄러운 서울대 1만인 선언 모임’은 이날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내용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을 주도한 정병문 공동대표(불문학과 73학번)는 “서울대인은 이번 대선으로 그것도 같은 동문 후보에 의해 우리 사회가 거꾸로 퇴행하려는 것에 더욱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다른 누구보다 가만히 지켜볼 수 없어서 서명운동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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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은 선언문에서 윤 후보에 대해 “민주공화국을 검찰독재공화국으로 전락시키고, 한반도에 전쟁위기를 불러오며, 분열과 증오의 정치로 우리의 미래를 짓밟으려는 후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집권 후 정치보복의 피바람을 공공연하게 예고하는 이에게 살벌한 철권을 안겨줄 수는 없다”며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사드 추가배치 등 한반도에 또다시 참화를 불러올 위험천만한 주장을 펼치는 이에게 우리 사회의 안전과 평화를 저당 잡힐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7일부터 시작된 서명운동에는 2일 오후 2시 기준 6873명의 졸업생, 재학생, 직원 등이 참여했다.

모임은 서명운동 홈페이지를 통해 참여자의 학번과 학과별 분포도 공개했다. 참여자의 학번으로는 84학번이 41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85학번(395명), 82학번(360명), 83학번(350명), 86학번(318명), 89학번(313명) 등에서 300명이 넘는 참여자가 나왔다.
사진=서명운동 홈페이지 캡쳐
사진=서명운동 홈페이지 캡쳐
‘586세대’로 불리는 이들 학번은 대부분 군인 출신인 전두환-노태우 대통령 재임 당시 캠퍼스 생활을 했다. 1980년대 학번에서만 서명 참여자 수가 3179명(46.2%)에 달했다.

반면 1970년대 이전 학번과 1990년대 이후 학번에서는 참여자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1990년대 학번에서는 1862명, 1970년대 학번에서는 1013명이 서명했다. 1960년대 이전 학번은 160명, 2000년대 이후 학번은 655명이 서명하는데 그쳤다.

출신 학과별로는 경영학과가 220명으로 가장 많았고 물리학과(164명), 경제학과(155명) 등 순이었다. 윤 후보가 졸업한 법학과(법학부, 사법학과, 공법학과 등 포함)에서도 139명이 서명했다.

서울대 재학생과 졸업생들 사이에서는 이번 서명운동이 전체 동문들의 의견과 사뭇 다르다는 말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서울대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실시한 ‘부끄러운 동문’ 투표에서 3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것은 윤 후보와 대립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법학과 82학번)이었다.

스누라이프의 한 네티즌은 이번 서명운동을 두고 “빌어먹을 똥팔육의 가스라이팅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고 비꼬았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