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로노이 김대권 대표 "매년 기술수출 2~3건…약물설계 전문기업 될 것"
“지금처럼 매년 기술수출에 성공할 자신이 있습니다.” 김대권 보로노이 대표(사진)는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체 개발한 데이터 알고리즘이 진화하고 글로벌 제약사들의 협업 제안이 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5년 설립된 보로노이는 인산화효소(Kinase·카이나제)를 이용한 표적치료제를 개발하는 약물설계전문회사다. 세포의 신호전달물질인 인산화효소에 문제가 생기면 암과 같은 질병이 생기는데, 이 효소에 달라붙어 병의 원인을 제거하는 물질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회사는 468개의 인산화효소를 타깃으로 4000여 개 화합물의 활성화 정도를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한 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파이프라인)은 11개로 이 중 4건을 전임상 단계에서 기술수출했다. 보로노이의 물질을 사간 곳은 국내 HK이노엔과 오릭파마슈티컬즈, 브리켈바이오테크, 피라미드 바이오사언스 등 미국 바이오기업 3곳이다. 기술수출 규모는 총 2조1000억원에 달한다. 김 대표는 “다른 회사와 달리 신약 개발 초기 단계부터 원하는 타깃에 잘 반응하고 독성이 없는 물질을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아 약물 설계에 활용하고 있다”며 “AI로 최적화된 신약 개발 프로세스를 확립한 덕분에 단기간에 많은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기술수출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여러 건의 기술수출 이후 기업 인지도도 높아졌다. 보로노이는 글로벌 제약바이오회사로부터 약물설계 의뢰를 받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그동안 개발해온 약물의 이상적 특성(TPP)과 부작용, 단점들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기술이전을 전제로 원하는 물질을 설계해달라고 제안하고 있다”며 “이런 방식은 개발 기간이 1년에서 1년6개월 정도로 짧고 비용을 의뢰자가 부담하는 데다 실패하더라도 데이터가 우리에게 남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로노이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약물위탁설계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물질을 개발한 뒤 구매자를 찾고 가격을 협상해야 하는 기존의 기술수출 방식보다 안정적인 사업 모델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를 통해 2024년에는 매출 1166억원, 영업이익 771억원을 올린다는 목표다.

보로노이는 이달 말 국내 최초로 유니콘 특례 상장을 추진한다. 200만 주의 신주를 발행해 1000억~1300억원을 조달한다. 희망공모가격은 5만~6만5000원으로, 시가총액은 6667억~8667억원이다. 공모 자금은 연구개발비로 사용할 계획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