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김천 아주스틸 공장 내 무인 자동화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다관절 로봇’ 성능을 점검하고 있다. /안대규 기자
경북 김천 아주스틸 공장 내 무인 자동화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다관절 로봇’ 성능을 점검하고 있다. /안대규 기자
청년인재 기피, 글로벌 공급난, 탄소중립, 코로나19, 원자재 가격 급등…. 중소제조업에 닥친 대내외 악재들이 즐비한 난세의 시대다.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줄 해법의 하나로 스마트 공장이 주목받고 있다.

자동차 변속기, 전기차용 감속기 등을 현대자동차에 납품하는 화신정공의 20~30대 직원은 전체 구성원(125명)의 25%에 이른다. 통상 5%를 넘지 않았으나 3~4년 전부터 젊은 인력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청년들이 기피하는 제조업계에서는 이례적인 현상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화신정공은 2017년부터 도입한 스마트 공장을 주된 요인으로 꼽는다. 로봇 배치 등 작업장 환경 개선으로 해마다 발생했던 손발 끼임 등의 사고는 물론 허리디스크 등 직원들의 근골격계 질환이 줄었기 때문이다. 15%에 달하던 이직률도 0%로 떨어졌다. 김효근 화신정공 대표는 “스마트 공장이 생산성 향상과 청년고용 촉진, 단순 작업에 투입되는 인건비 절감 등 중소 제조업에 활기를 불어넣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청년 인재 유턴…인력난 해소

정밀제어 모터 전문기업 삼현 역시 스마트 공장 고도화 작업을 본격화하면서 최근 3년간 청년 인력 80명을 채용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업체는 2013년 국내 최초로 ‘듀얼 클러치 변속기(DCT)’ 모터를 개발했지만, 경쟁사들이 등장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삼현은 품질 수준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2019년부터 중소벤처기업부 지원을 받아 스마트 공장 수준을 한 단계 고도화했다. 김창곤 삼현 이사는 “단순 작업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업무가 늘면서 양질의 일자리에 매력을 느낀 청년인재 채용이 수월해졌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 스마트 공장 구축 이후 고용이 증가했다는 기업은 15.1%로 집계됐다. 김정환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은 “기름 냄새와 소음, 먼지 등의 옛날 공장 이미지가 스마트 공정 도입으로 바뀌자 청년 구직자들이 유턴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스마트 공장 확대를 통해 중소기업 인력난과 청년 취업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성·품질 높아져 ‘리쇼어링’

연 매출 9300억원인 아주스틸은 프리미엄 컬러강판 세계 1위 업체다. 비스포크 냉장고 등 삼성전자에 들어가는 컬러강판의 60%, LG전자의 OLED TV에 들어가는 컬러강판의 90%를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인건비 경쟁 때문에 필리핀으로 내보낸 생산설비를 작년 국내로 들여왔다. 경북 구미·김천공장을 스마트 공장으로 구축해 고객 맞춤형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를 갖춘 것이 리쇼어링에 성공한 비결이다.

냉연강판에 색상을 입히는 회전롤 설비에도 로봇을 적용했다. 수작업에 의존하던 검수 공정엔 인공지능(AI)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학연 아주스틸 대표는 “불량품을 효과적으로 골라내면서 품질 경쟁력이 높아졌다”며 “국내 인건비는 동남아보다 2~5배 높지만, 스마트 공장 도입 효과가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로봇·IoT로 산업재해 개선

스마트 공장은 중소 제조업계의 고질적인 산업재해도 줄이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화신정공은 2017년부터 자동차 부품 원재료 투입부터 정밀 가공 후 완성품 적재까지 근로자들이 힘들어하는 작업장 곳곳에 로봇을 투입했다. 6축 다관절로봇 19대가 도입됐고 기존에 위험한 작업을 하던 40여 명의 업무는 안전한 업무로 전환됐다. 2017년 이후 현재까지 사고 발생은 한 건도 없다.

아주스틸 경북 구미공장도 사고 다발 사업장이었다. 분당 30~180회를 도는 지름 20㎝~1.5m 크기의 롤(roll) 설비에 손이나 발이 빨려 들어가는 협착 사고가 잦았기 때문이다. 아주스틸은 2019년 회전롤 자동설비를 도입해 청소 작업을 로봇에 맡겼다. 이후 3년째 무재해를 기록 중이다. 사물인터넷(IoT) 7000여 개도 공장 곳곳에 설치해 각종 사고나 고장이 발생하는 지점을 개선했다.

안성훈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최근 발생한 여수NCC 폭발 사고도 사전 감지 센서가 작동했더라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스마트 공장 구축은 사고 예방뿐 아니라 사고 후 책임소재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안대규/민경진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