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키예프와 하르키우 등 우크라이나의 주요 도시에 무차별 포격을 가하고 있다. 군사시설뿐 아니라 민간인 주거지를 타격하고 공수부대 등 특수부대를 투입하고 있다. 러시아의 동맹국인 벨라루스에서 우크라이나로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전방위적인 제재로 고립된 러시아가 전세를 뒤집기 위해 총력전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러, 공수부대 하르키우 투입”

AFP통신은 2일 우크라이나군 발표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에 러시아 공수부대가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배포한 성명에서 “러시아 공수부대가 하르키우에 상륙해 지역 병원을 공격했다”며 “침략군과 우크라이나군 간 교전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푸틴 '총공세'로 궁지 탈출?…무차별 폭격 이어 공수부대까지 투입
전날엔 러시아군이 하르키우의 민가와 시내 광장 등을 무차별 폭격했다. 러시아군이 하르키우 시내 중심가에 다연장 로켓포를 발사해 사상자가 속출했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러시아군의 하르키우 주거지 포격으로 8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AP통신은 하르키우 중앙광장과 중앙청사가 공격을 받아 최소 10명이 사망하고 20여 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키예프에선 방송 수신탑이 파괴돼 국영 방송이 마비됐다. 포격을 받은 곳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대표적 유대인 학살 사건인 ‘바비야르’ 계곡 총살 사건 희생자들의 추모 시설 인근이었다. 우크라이나 내 전황이 악화하면서 주우크라이나 한국 대사관도 키예프에서 철수했다.

러시아의 우군인 벨라루스군이 참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벨라루스 영토에서 미사일이 조직적으로 발사되고 있다”고 밝혔다. 벨라루스 방향에서 출발한 러시아군 탱크들이 65㎞ 길이의 대열을 이룬 채 키예프로 이동 중인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러시아 장갑차와 탱크, 화포 등으로 구성된 대열은 키예프 도심에서 북쪽으로 25㎞ 떨어진 곳까지 접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이날 늦은 오후 2차 회담을 하기로 했다.

미·EU는 강력 제재로 대응

서방 국가들은 강력한 제재로 맞서고 있다. 제재 적용 시기를 앞당기고 추가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정연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칭한 뒤 “우리를 분열시킬 수 있다는 푸틴의 생각은 틀렸다”며 “우리는 전례 없는 연합을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러시아 최대은행인 스베르방크의 유럽지사를 폐쇄할 것을 명령했다. 같은 날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7개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퇴출하는 제재를 발효시켰다. 7개 은행은 국책은행인 VTB방크, 방크로시야, 오트크리티예, 노비콤방크, 소브콤방크, VEB.RF, 프롬스비야지방크 등이다. 폴란드 등 일부 회원국이 더 많은 러시아 은행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제재 대상은 추가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EU는 러시아 국부펀드 직접투자펀드(RDIF) 투자도 중단할 방침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가 동결한 러시아의 자산 규모가 1조달러(약 120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주요 7개국(G7) 재무부 장관들은 이날 화상 회의에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문제를 논의했다. EU 집행부는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원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날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전화 통화를 통해 인도적 지원 방안, 대러 제재 동참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쿨레바 장관은 “한국 국민의 연대 의식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