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자재·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시공사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해온 철근콘크리트업계가 일부 건설현장에서 골조공사를 중단(셧다운)했다. 이 가운데는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등 대형 건설사가 시공을 맡은 주택건설 현장도 포함됐다. 철근콘크리트 업체가 맡는 골조공사는 건물의 뼈대를 세우는 핵심 공정이어서 공사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해당 현장의 전체 공기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본지 2월 8일자 A1, 4면 참조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철근콘크리트연합회 산하 184개 업체 중 일부가 이날 셧다운에 돌입했다. 연합회 측이 지난 1, 2월 두 차례에 걸쳐 요구한 계약금액 인상안에 대해 지난 1일까지 협상 의사를 밝히지 않은 건설 현장이 대상이다.

이에 따라 경기, 인천, 부산 등 전국 36곳에서 이날 골조 공사가 중단됐다. 시공사별로는 현대산업개발, DL이앤씨 사업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서 중단된 현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셧다운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인건비·자재비 상승이 계기가 됐다. 연합회는 전국 건설현장 1000여 곳에 “공사 계약금을 20% 올려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 1월 보냈다. 최근 1년 새 원자재값과 인건비가 급격하게 올라 기존 계약금에 맞춰 공사하면 손실이 크다는 게 요지다. 연합회가 단체로 계약금 증액을 요청한 건 2019년 설립 이후 처음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골조공사에 쓰이는 고장력철근(SD400)은 작년 1월 t당 67만원에서 같은 해 12월 105만원으로 치솟았다. 세계 각국의 인프라 사업 확대로 글로벌 건설자재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최대 철근 생산국인 중국이 수출을 제한하면서다. 연합회는 “철근뿐 아니라 합판 등 기타 자재도 1년 새 40~50% 뛰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급격하게 오른 인건비도 이들이 단체 행동에 나선 계기다. 대한건설협회가 조사한 올 상반기 형틀목수의 시중 노임단가는 하루 24만2138원으로, 2018년 상반기(18만9303원)와 비교해 27.9% 올랐다.

코로나19로 외국인 입국이 감소한 탓에 외국인 근로자에게 노동력을 주로 의존하는 건설업계에서 인건비 부담이 늘었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일상화한 건설노조의 횡포도 인건비를 자극했다.

연합회는 지난 1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계약단가 조정을 확약해 주지 않으면 3월 2일부터 공사를 중단하겠다”는 공문을 전국 100대 건설사와 일부 중견사에 추가로 보냈다. 지난 1일 기준으로 협상에 나서겠다고 회신한 건설사는 100곳 중 35곳으로 집계됐다.

아직 회신하지 않은 건설사도 조만간 철근콘크리트 업체와 협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전면적인 셧다운으로 공기가 지연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겠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대형 건설사가 연합회 요구대로 공사비 20% 증액안을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시행사 하도급을 받아 공사를 진행하는 건설사의 경우 공사비가 사전에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철근콘크리트 업체 요구를 받아들이면 시공사가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게 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일률적인 공사비 증액보다도 현장별로 협상이 각각 이뤄질 것”이라며 “협의를 거쳐 연합회에 최종 방침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길성/장현주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