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사진)이 세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NH투자증권 이사회는 증권업의 중심축이 점차 투자은행(IB)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IB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 사장의 역량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연임의 걸림돌이었던 옵티머스 사태도 발빠른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융그룹 수익구조 다변화

NH투자증권은 2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열고 대표이사 후보로 정 사장을 단독 추천했다. 정 사장의 대표이사 연임안은 오는 23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월부터 여섯 차례에 걸친 임추위를 통해 여러 후보자에 대한 검증 절차를 진행했다. 임추위는 △불확실한 금융환경 속에서 경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역량 △자본시장에 대한 전문성과 통찰력 △옵티머스펀드 관련 전략적 사후 대응 △농업·농촌·농협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시너지 사업 개발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정 사장을 단독 후보로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 사장이 2018년 대표 취임 당시 내건 목표는 ‘5년 후 이익 1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직원들은 실현 가능하다고 보지 않았다. 2017년 말 기준 회사의 영업이익은 4592억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그 목표를 지난해 조기 달성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1조316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1조클럽’에 들어섰다. 전년 동기 대비 67% 늘어난 수치로, 미래에셋증권(1조4858억원)을 바짝 추격한 2위였다. 취임 직전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약 3배로 늘어났다.

은행에 편중됐던 농협금융그룹의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는 데도 기여했다. 지난해 농협금융그룹 순이익의 42%를 NH투자증권이 차지하고 있다.

○“옵티머스 연속성 있는 대응 필요”

연임의 걸림돌은 옵티머스펀드 사태였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펀드 최다 판매사로서 투자자를 보호하면서도 주주들로부터 배임이라고 지적받지 않을 수 있는 ‘묘수’가 필요했다. 옵티머스펀드에 돈이 묶인 일반 투자자들에게 100% 원금을 지급하는 대신 펀드 투자자들로부터 수익증권과 여기에 딸려 있는 각종 권리를 사들여 돌파했다.

또 NH투자증권은 이 권리를 근거로 공동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는 하나은행(수탁은행)과 한국예탁결제원(사무관리회사)을 상대로 손해배상 및 구상금 청구 소송을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관계기관 간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태의 본질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정 사장이 계속 대응하는 것이 회사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 본인은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한 사기·배임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정 사장은 무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2017년부터 사용한 휴대폰 전부를 검찰에 먼저 제출하는 정공법을 썼다.

○디지털 플랫폼 역할 확대 예고

정 사장은 세 번째 임기에도 ‘고객’에게 집중할 계획이다. 정 사장은 “디지털로 전환해 가는 환경에서 어떻게 더 많은 고객을 우리의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이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 플랫폼에 계속 머무르게 하느냐가 올해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의 디지털 플랫폼 나무(Namuh)는 지난 2년간 신규 계좌 410만 개를 유치했다.

또 다른 키워드는 펀드 시장의 회복이다. 정 사장은 “자본 시장이 커지려면 펀드 시장이 확대돼야 하는데, 위축된 사모펀드 시장을 회복하는 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본부가 기존 은행들이 담당하던 직접수탁 업무에 증권사 최초로 뛰어들었다. 사모펀드 사태를 거치며 은행들이 사모펀드 수탁을 꺼리면서 ‘수탁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 사장은 “수탁기관으로서 감시 기능을 강화해 사모펀드 시장을 키우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