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오방색 물든 장독대
장독대에 크고 작은 항아리들이 빼곡하다. 기와담장, 숲, 마당이 모두 흑백인데 항아리 일부와 바닥은 오색으로 물들었다. 사진가 석은미의 ‘기억 저 너머’ 전시작의 하나인데, 한지에 인화한 흑백 사진 위에 천을 이어 붙이고 꿰매 넣은 것이다. 작가는 유년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오래된 한옥을 찾아 장독대, 부엌, 툇마루, 문, 창 등을 흑백으로 촬영한 뒤 인화하고 그 일부분을 바늘과 실로 직접 장식하거나 조각보를 바느질로 붙여 넣었다.

이렇게 완성한 작품들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우선 사진과 전통 규방공예를 접목한 ‘크로스 오버’ 작업이다. 또한 한옥이란 건축물과 오방색 실, 조각보 등 서로 다른 전통적인 사물들을 소재로 한국적 아름다움을 과거에 없던 방식으로 드러냈다.

작가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한옥의 여러 부분을 촬영한 사진을 바탕으로 공예적 작업을 더하며, 한때 좁고 답답하게 느꼈던 어머니의 시대와 삶을 예술 작품으로 아름답게 승화시켰다. 석씨의 작품들은 대전 갤러리탄에서 오는 31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