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동맹은 없다…러시아에 등 돌린 '친러' 헝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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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동맹 관계 깨고 러시아 제재 합류
"4월 총선 승리하기 위한 포석" 해석도
"4월 총선 승리하기 위한 포석" 해석도
러시아의 오랜 동맹국 헝가리가 유럽연합(EU)과 함께 러시아 제재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 EU가 단일 입장을 강조하는데다 오는 4월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러시아를 규탄하는 국내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CNBC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주요 우방국인 헝가리를 잃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러시아를 '손절'했다는 것이다.
오르반 총리는 그간 푸틴 대통령과의 친밀함을 과시해왔다. 그는 지난 2월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지난 13년간 우리는 EU와 러시아 지도부에 대한 가장 긴 기억을 가지고 있다"며 오랜 동맹 관계를 강조했다. 헝가리는 EU 국가 중 처음으로 유럽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은 러시아산 코로나19 백신을 구입하기도 했다.
헝가리와 러시아는 경제적으로도 밀착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헝가리는 지난 10년간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비중을 2배 가까이 늘렸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오르반 총리는 EU의 편에 섰다. 헝가리는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신청을 지지한다"며 "우크라이나 난민들도 환영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오르반 총리에겐 코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이기는 게 우선순위가 됐다. 헝가리 총선은 다음 달 3일 실시되는데 야당과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유럽의회에 속한 헝가리의 카탈린 체 의원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오르반 총리는 러시아가 동맹국이라는 입장을 강조해왔다"며 "하지만 러시아는 더 이상 친구가 아니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입장에 놓여 있다"고 했다.
다니엘 그로스 CEPS 연구위원은 "오르반 총리는 기회주의자"라며 "유권자를 의식해야 하고 러시아 편에 서는 것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제재에 찬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오르반 총리가 재선될 경우 러시아에 대한 노선이 그대로 유지될지는 미지수라고 CNBC는 전했다. 현재 헝가리는 우크라이나로 무기를 지원하는 데는 반대하고 있다. 그간의 원칙을 깨고 우크라이나로 무기를 보내기로 결정한 독일과 분명히 다른 태도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