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세금 제도는 경제성장과 국가 발전에 이상적으로 기여하고 있는가. 징세권은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운용되고, 걷힌 세금은 낭비 없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가. ‘납세자의 날’(3월 3일)을 맞아 우리 세제가 미래 발전을 견인하며 지속 가능한 모델로 가고 있는지, 또 논란이 무성한 재정지출에는 어떤 문제점이 쌓여가는지 다시 돌아보게 된다.

납세자의 날은 성실한 납세정신을 고취하고 세수 증대를 도모하기 위해 정한 법정 기념일이다. 유감스러운 것은 그간 국민의 ‘납세자의 의무’만 강조돼 왔을 뿐 ‘납세자의 권리’는 뒷전이었다는 사실이다. 법률체계부터 납세 의무만 강하게 명시돼 있고, 학교 교육도 다르지 않다. 세금에 관한 정책과 담론도 대개 그런 수준에 머물렀다. 헌법도 일반적 ‘국민의 권리’를 자세히 열거하면서도 정작 세금을 내는 납세자로서의 권리에 대한 언급은 없다.

납세 의무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 의무가 중하다면, 나라살림의 기본주체로서 납세자 권리도 인정돼야 한다. 징세 과정은 물론이고 혈세의 지출까지, 그럼으로써 재정 전반에 대한 납세자의 주장과 요구가 국정에 충분히 반영돼야 이치에 맞다. 그렇게 납세자 관점에서 본다면 현행 세제는 문제투성이다. 집값대책 수단으로 전락한 부동산 관련 보유세·양도세·취득세부터 보편성을 결여한 소득세·상속세까지 왜곡과 오류가 쌓일 대로 쌓여 있다. 세법의 하위 법령인 시행령을 통한 기형적이고 행정 편의적인 증세는 ‘조세법률주의’를 비웃는 지경이다. 대선판에서 산발적으로 쏟아진 세금 감면 공약도 원칙과 일관성 없는 ‘인기영합 땜질 개선’일 뿐이다. 뒤틀린 세제 전반을 국가 가용재원의 합리적 조성과 배분 차원에서 바로잡아야 한다.

세금을 쓰는 재정 집행에는 더 문제가 많다. 집행 규모와 지출 적합성으로 본다면 일자리 예산, 무분별한 과속 복지 같은 정책적 오류를 바로잡는 게 시급하다. 하지만 도지사 법인카드의 배우자 사적 유용 같은 공금 횡령은 금액의 다과가 문제가 아니다. 그 자체로 질이 나쁜 공공범죄다. 법원의 합당한 ‘공개 판결’에 맞서며 특수활동비 사용내역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는 청와대도 그런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납세자는 낸 세금이 정당하게 쓰였는지 알 권리가 있다. 납세자는 언제든 국가가 쥐어짤 수 있는 ATM이 아니다. 국민 공감대도 없이 세금과 나랏빚에 기댄 수백조원의 포퓰리즘 공약을 다 뒷받침해야 할 이유도 없다. ‘건전재정 요구권’은 납세자의 기본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