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나도 헤밍웨이처럼…" 국제의용군
미국의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영국의 조지 오웰, 프랑스의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이들은 30대에 스페인 내전(1936~1939)의 포화 속으로 뛰어든 작가다. 헤밍웨이는 미국 신문연맹의 종군기자로 전장을 누비며 파시즘에 맞섰다.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다.

오웰은 헤밍웨이보다 더 위험한 전투를 치렀다. 그때까지 무명이었던 그는 귀국 후 《카탈루냐 찬가》를 썼고, 혁명을 막는 것은 스탈린주의라는 깨달음을 《동물농장》에 녹여냈다. 생텍쥐페리는 신문 특파원으로 참전했다. 이렇게 스페인으로 달려간 국제의용군이 53개국 3만5000여 명에 달했다.

이들은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지원을 받은 프랑코의 파시즘에 맞서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겠다며 자발적으로 뛰어든 지식인이었다. 이들이 세계의 지성과 양심을 일깨우며 결성한 민간의용군 명칭이 곧 ‘국제여단’이다.

80여 년이 지난 지금, 러시아의 침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참전하겠다는 각국 지원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영국 공수부대 출신 군인 150여 명이 이미 우크라이나로 떠났다. 휴가를 내고 옛 전우들과 함께 가는 20대 직장인까지 있다. 프랑스 외인부대 저격수 출신인 50대 남성도 휴가를 신청하고 긴급여권을 발급받았다.

캐나다 코미디언과 미국 퇴역 공군은 자전거와 자동차를 팔아 우크라이나행 비행기표를 샀다. 일본에서도 수십 명이 자원했다. 특수부대 참전용사와 소방관 등 베테랑 인력뿐 아니라 대학생과 직장인까지 속속 합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군사동맹이 없다. 6·25 때처럼 유엔군을 편성하려 해도 러시아의 반대로 불가능하다. 바람 앞의 등불처럼 ‘나홀로 저항’ 중인 상태에서는 국제의용군의 도움이 절실하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들 국제의용군을 ‘영토수호 국제부대’로 명명했다.

헤밍웨이의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영국 시인 존 던의 시 제목을 그대로 딴 것이다. 인류애를 중시한 존 던은 이 시에서 ‘세상 어느 누구도 외따로 떨어진 섬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대양의 한 부분이다’라며 어떤 죽음도 남의 일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해서 울린다’는 그의 메시지가 수많은 국제의용군의 귀를 울리고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