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주들의 주가가 주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금리가 하락하고 은행들의 실적 우려가 커진 탓이다. 한국과 미국 모두 은행들의 러시아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높지 않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만큼 적극적 매수는 자제할 것을 조언했다.

우크라 사태에 실적 꺾일 우려

'안갯속' 우크라 사태…"금융株 당분간 피해라"
2일(현지시간) 미국시장에서 씨티그룹(종목명 C)은 59.56달러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고점 대비 13.82% 떨어진 수준이다. 씨티그룹은 이날 장중엔 55.93달러까지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다른 미국 은행주 역시 마찬가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C)는 2월 고점 대비 13.87% 떨어졌고, 웰스파고는 13.40% 하락했다.

한국 은행주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금융지주와 KB금융은 2월 고점 대비 각각 12.11%, 12.05% 떨어진 상태다. 하나금융지주와 신한지주 역시 각각 10.68%, 7.11% 하락했다.

직전까지 금융주들의 주가가 우상향 곡선을 그린 건 올해 미국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 덕이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시장에선 Fed가 금리 인상을 강하게 하진 못할 것이란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달 중순 2%를 웃돌기도 했던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일 1.72%까지 떨어졌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실적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문제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영업하던 은행들의 실적이 이번 사태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키안 아부호세인 JP모간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의 러시아 관련 익스포저에 대한 정보 투명성이 낮다”며 “대부분의 은행은 순노출도나 세세한 내역 등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씨티그룹은 러시아에 대한 익스포저가 100억달러 규모라고 최근 발표했는데, 이는 씨티그룹이 지난해 9월 발표한 금액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이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거래 중인 기업이 부실화되면 간접적으로 은행에 손실을 안겨줄 수도 있다.

“불확실성 지속…매수 자제해야”

다만 증권가에선 미국 은행들의 러시아·우크라이나 관련 익스포저는 크지 않다고 설명한다. 투자전문매체 모틀리풀은 “씨티그룹의 100억달러 규모 러시아 관련 익스포저는 해당 은행이 2조2900억달러의 자산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많지 않은 수준”이라고 짚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주 투자는 당분간 보수적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경기 불확실성이 금융주 투자 환경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정부 교체기로 상당 기간 정책 공백이 예상되는 데다 금융 안정을 위한 은행의 부담이 당분간 커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요 대형 은행들의 러시아 익스포저는 이탈리아, 프랑스, 호주 은행들에 비해 규모가 작다”면서도 “의미 있는 주가 회복을 보이기 위해선 경기 및 금리와 더불어 은행들의 러시아 관련 손실에 대한 불확실성 완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