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현지에서 부품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는 도요타자동차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러시아 공장의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요타자동차는 4일부터 러시아 공장 가동을 일시 중지한다. 도요타자동차는 “러시아 현지 공장이 자동차 부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언제 공장을 재가동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유럽에서 생산한 차량의 러시아 수출도 중지하고, 러시아에서의 차량 판매 역시 재고가 떨어지는 대로 중단하기로 했다. 차량 정비 서비스는 그대로 유지한다.

도요타는 2007년부터 러시아 서부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RAV4와 세단 캠리 등 약 8만 대를 생산했다. 지난해 전체 생산량의 10%에 해당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자체 부품 조달률은 40%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 부품을 공급받지 못하면 차량 생산이 불가능하다고 도요타 측은 설명했다.

미쓰비시자동차는 스텔란티스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러시아 칼루가주 합작공장의 가동을 이달에 중지할 방침이다. 경제 제재로 일본과 태국에서 들여오던 자동차 부품의 공급이 막혔기 때문이다.

혼다는 자동차와 오토바이, 차량용 엔진의 러시아 수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에 공장이 없는 혼다는 미국에서 생산한 차량과 부품을 이 지역으로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 판매량은 1300여 대였다.

마쓰다도 조만간 자동차 부품의 러시아 수출을 중단할 방침이다. 자동차 생산과 판매는 계속할 계획이다. 마쓰다는 러시아 완성차 업체인 솔라즈와 동부 블라디보스토크에 합작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블라디보스토크 공장에서는 SUV모델 ‘CX-5’ 등 2만9177대를 생산했다. 이 공장은 현재 수개월분의 부품 재고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고 물류망이 끊기는 등 러시아에서의 사업 환경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기 때문에 사업을 중단하는 일본 기업이 속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