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미래 기술패권 잡기 위해 우주·양자·로봇 등에 올인"
“누리호(한국형 발사체)에 붙일 ‘고체 부스터’가 상당한 수준으로 개발됐습니다. 이제는 군(軍) 보유 로켓 기술의 기업 이전에 속도를 내야 합니다.”

이경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사진)은 3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차관급인 이 본부장은 지난해 말 국무총리 주재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채택한 ‘10대 국가 필수전략기술’ 개발을 이끌고 있다. 10대 기술은 우주, 양자컴퓨터 등 양자기술, 수소, 인공지능(AI), 5G·6G, 첨단 로봇, 사이버 보안 등이다. 올해 정부 연구개발(R&D) 총 예산 29조7770억원 가운데 81%인 24조1000억여원을 효율적으로 집행·관리하는 것도 이 본부장의 역할이다.

누리호는 오는 6월 2차 발사를 앞두고 있다. 내년부터 2027년까지 예정된 후속 발사(4회)가 끝나면 고체 부스터 등을 달아 추력을 보강한 ‘개량형 누리호’를 발사한다. 달·화성 탐사선, 유인 우주선 자력 발사 등 미래 임무를 위해선 이런 개량이 필수적이다. 이 본부장은 다른 국가의 길을 추종하지 않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공위성은 용도가 무궁무진한 첨단 AI 로봇”이라며 “BMI(뇌-기계 인터페이스)를 적용한 원격조종 로봇 등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자기술도 주요 관심 분야 중 하나다. 이 본부장은 “AI, 메타버스(가상세계) 등 첨단 기술이 모두 클라우드에서 구현되는데, 양자컴퓨터는 클라우드의 성능을 극대화할 키 리소스(key resource)”라고 설명했다. 이어 “클라우드에서 슈퍼컴퓨터와 신경망처리장치(NPU), 그리고 양자컴퓨터 이 세 가지를 모두 가동해 문제에 대한 답을 가장 빨리 찾는 기업이 AI 시대 패권을 쥘 것”이라고 전망했다. IBM, 구글 등이 서로 양자컴퓨터 유효 큐비트 수가 많은 ‘양자 우월성’을 달성했다며 끊임없이 신경전을 벌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투입되는 수조원대 예산에 비해 성과가 저조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과학기술 출연연구소 개편 방안도 내놨다. 이 본부장은 “한국 사회의 극심한 이해관계 대립이 연구소에 그대로 투영돼 조직의 점도(density)가 너무 크다”며 “이 때문에 물리적인 조직개편 시도는 항상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소 한 곳당 하나의 큰 독자적 미션을 주고, 기업이 목표(상용화)에 도달할 수 있게 돕는 셰르파(히말라야 고산지대 안내인) 역할을 하도록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주립대에서 플라즈마 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 본부장은 국내에 개념조차 없었던 ‘핵융합 발전’을 태동시키고 현실화한 과학자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이 주도하던 국제기구 ‘ITER(국제핵융합실험로)’에 한국이 2003년 가입한 것도 그의 공로다.

세종=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