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이사회 파산 결정"…보도국장 '상부'에서 청산 암시
[우크라 침공] 전쟁 비판 러 방송 '에호 모스크비' 결국 문 닫아
러시아의 몇 안 되는 독립 언론 가운데 하나인 반정부 성향 라디오 방송 '에호 모스크비'(모스크바의 메아리)가 결국 문을 닫게 됐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에호 모스크비 보도국장 알렉세이 베네딕토프는 3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이사회가 다수결로 라디오 방송과 온라인 사이트 청산을 의결했다"고 전했다.

그는 "내가 참석하지 않은 회의에서 청산 결정이 단 15분 만에 내려졌다"면서 이는 방송 송출과 방송사 사이트 활동이 더이상 복원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사회의 청산 결정으로 34%에 이르는 방송사 소액 주주들도 자산을 잃게 됐다고 지적했다.

베네딕토프 국장은 이같은 결정에 대해 이미 앞서 이사회 구성원들이 아니라 '훨씬 더 높은 곳의 사람들'이 암시했었다고 전했다.

소련 붕괴 전인 1990년 8월부터 방송 송출을 시작한 에호 모스크비는 현재 러시아 거대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의 금융 자회사인 '가스프롬 방크' 산하 '가스프롬-메디아'가 소유하고 있다.

가스프롬 메디아 공보실은 이날 타스 통신에 이사회의 청산 결정 사실을 확인하면서 "에호 모스크비 접근 차단에 관한 검찰 조치를 검토한 후 방송사 이사회가 방송과 동명의 온라인 매체의 활동 중단에 관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러시아 검찰은 에호 모스크비와 또 다른 반정부 성향 TV 방송인 '도즈디'(비) 등이 자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내 특수군사작전과 관련한 명백한 허위 정보와 극단주의 활동 및 폭력을 촉구하는 정보를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게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통신·정보기술·미디어 감독청인 '로스콤나드조르'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

검찰은 특히 이 매체들이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내 특별군사작전을 '침공'이나 '전쟁' 등으로 표현하고 러시아 군인 피해와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상자 등에 대해 보도한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뒤이어 1일 로스콤나드조르는 에호 모스크비와 도즈디 방송의 웹사이트를 차단하고, 두 방송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차단하는 한편 에호 모스크비에 대해선 방송 송출 자체를 중단시켰다.

당국의 탄압이 계속되자 도즈디 보도국장은 신변 안전 위협을 이유로 방송사의 다른 동료들과 함께 한시적으로 러시아를 떠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반정부 성향의 두 방송사에 대한 징계 조치는 러시아 당국이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관련한 보도에서 정부의 공식 입장만을 전달할 것을 압박하는 가운데 취해졌다.

러시아 하원은 러시아군 활동에 대한 허위 정보 유포죄에 대해 최대 15년의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형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우크라 침공] 전쟁 비판 러 방송 '에호 모스크비' 결국 문 닫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