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스카이라인…'2040서울플랜'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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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동안 재건축 사업의 발목을 잡았던 이른바 '35층룰'을 전격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 일명 '2040서울플랜'이 오늘 발표됐습니다.
수도 서울의 미래를 바꿀 핵심적인 내용인 만큼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부동산부 김민수 기자와 함께 합니다.
김 기자, 내용을 살펴보기에 앞서 시청자분들은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서울시의 '도시기본계획'이 왜 중요한 것인가부터 알아보죠.
<기자>
2040서울플랜,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은 국토계획법에 따른 법정계획입니다. 2040년까지 약 20년간 서울이 지향할 도시공간의 미래상을 담은 법으로 정한 계획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법으로 정해진 겁니다. 실제로 이대로 한다는 거죠. 서울시가 추진할 각종 계획의 핵심적인 지침이자 가이드라인이 되는 그야말로 최상위 계획인 겁니다.
8년전 박원순 전 시장시절 공개됐던 '2030서울플랜'을 눈여겨보셨던 분들은 중요성을 잘 아실 수도 있겠습니다.
'2030서울플랜'에서 서울 서남권과 동북권 개발이 핵심적인 내용 가운데 하나였는데요.
지금 그 지역들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본다면, 지금 '2040서울플랜'이 그리는 미래 서울의 방향을 꼼꼼히 따져보는게 중요하다는 걸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직접 부동산을 개발하시는 분은 물론이고 부동산 투자나 내 집 마련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앵커>
지금부터 '2040서울플랜'의 핵심적인 내용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임동진 기자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임동진 기자>
2040서울플랜으로 변화될 서울의 모습은 크게 3가지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먼저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서울 도심과 여의도, 강남의 고도화입니다.
서울 도심은 보존 중심 정책에 따른 정비사업 제한으로 성장이 정체돼 왔는데 이번에 남북 방향의 4개 축과 동서 방향의 1개 축을 조성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겁니다.
광화문과 시청 인근은 ‘국가 중심축’, 또 인사동에서 명동을 아우르는 ‘역사문화 관광축’, 세운지구는 ‘남북 녹지축’, 동대문디지털플라자 일대는 ‘복합 문화축’으로 조성할 예정이고요.
동서로는 단절된 상업지역을 통합하는 글로벌 상업축을 만들 계획입니다.
여의도의 경우 용산 개발과 연계해 국제업무 기능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새로운 교통수단 도입을 통해 두 지역의 연결성을 강화하고 또 노들섬은 글로벌 예술섬으로 조성할 방침입니다.
테헤란로를 따라 업무기능이 포화된 강남은 경부간선도로 입체화,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 등과의 연계를 통해 중심 기능을 잠실·서초 등 동서 방향으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앵커>
임 기자가 정리한 것처럼 '2040서울플랜'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역시 도심 중심지역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네요?
<기자>
'2030서울플랜'이 서울 도심을 보존하고 규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2040서울플랜'은 규제를 완화해 낙후되고 활력이 떨어진 도심을 적극적으로 정비하는 방향으로 대전환을 시작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높이나 용적률 같은 획일적인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다양성과 유연함을 가진 규제가 핵심입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도심 정비의 핵심축은 3개인데요. 서울의 가장 중요한 지역들이죠.
수도 서울의 중심인 강북 구도심 지역과 용산과 여의도를 아우르는 한강 중심의 코어,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한 강남권 등 3개 핵심축의 모습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첫번째 특징이 보존에서 개발로 방향이 바뀌는 것이라면, 그 다음 특징은 무엇이죠?
<임동진 기자>
두 번째 눈에 띄는 특징은 바로 35층 높이 제한 폐지입니다.
시는 2013년 서울시 스카이라인 관리 원칙을 만들어 제3종 일반주거지역은 35층 이하, 한강 수변 연접부는 15층 아래로 층고를 제한해 왔는데, 이번에 이 규정이 사라지는 겁니다.
35층 높이 기준이 없어진다고 해도 용적률이 상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 아파트 단지를 재건축 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건물을 성냥갑처럼 똑같이 높이 지을수는 없고요.
높고 낮은 건물들이 조화롭게 지어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즉 일조관계와 바람길 등 다양한 요소가 반영된 다채로운 스카이라인이 형성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구체적인 층수는 개별 정비계획에 대한 위원회 심의에서 지역 여건을 고려해 결정할 예정입니다.
이같은 변화는 결국 경직된 도시계획을 유연하게 바꾸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현재 땅의 용도와 건물 높이를 주거, 상업, 공업, 녹지로 나눠 규제하는 ‘용도지역제’를 다양화되는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업무, 여가, 관광 등을 담아 복합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도시계획 체계를 만들 방침입니다.
<앵커>
그동안의 규제가 획일적이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시대적 다양성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건축물 규제 변화의 키워드는 다양성과 융통성입니다. 영상을 보시면 이해가 더 쉬우실 겁니다.
지금 보시는 곳이 잠실 주공아파트 단지를 재건축 한 아파트들인데요. 마치 두부를 칼로 자른 듯한 똑같은 높이의 아파트 수십 동이 쫙 줄지어 서 있습니다. 모두 33층입니다. 층수를 35층 높이로 제한한 결과죠.
35층룰에 맞춰 사업성을 따지다보니, 이렇게 뚱뚱한 형태의 건물들을 획일적으로 지을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건물이 땅에서 차지하는 공간이 넓으니 그만큼 단지 내 지상공간이 그리 넓지 않습니다.
35층룰 폐지는 단순한 숫자 규제에서 벗어나, 주민들의 편익과 지역의 특성, 주변 환경과 교통까지 감안해 다양한 건물 구성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앵커>
일부에서는 35층룰이 폐지되면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런 우려도 있습니다.
<기자>
그 부분은 오해가 좀 있습니다. 기존 건폐율이나 용적률은 그대로 유지되거든요.
그러니까 건물이 좀 슬림해지고 높이 올라가는 것이지, 지을 수 있는 가구수가 늘어나는 건 아닙니다. 토지 이용에 대한 수익이 늘지는 않죠.
부동산 시장이 미치는 영향을 따져본다면,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집값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는 있지만 사업성 자체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서 근본적인 변화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도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부동산부 김원규 기자가 '2040서울플랜'이 발표된 이후부터, 서울의 주요 재건축 단지들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김원규 기자를 한 번 연결해보죠. 김 기자!
<앵커>
용산구 한강멘션, 왜 그 곳에 나가 있는거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김원규 기자>
이번 오세훈 서울시장 발표로 한강 변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로 재탄생할 수 있어서입니다.
이곳은 지난 1971년 준공된 단지로 5층 높이, 660가구로 구성됐습니다.
애초 단독 입찰한 GS건설이 조합에 35층 계획안과 규제 완화를 전제로 한 68층 설계안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특히 한강변 최고층 아파트라는 상징적인 의미에서 68층이 선호됐는데, 이번 오 시장 발표로 현실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사업성 역시 뛰어나다는 평가와 함께 주변 시세를 감안했을 때 향후 50억 원 이상을 호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앵커>
이처럼 층수 제한이 사라지면 용산뿐 아니라 주요 재건축 단지들도 분위기는 비슷할 거 같은데요? 어떤가요?
<김원규 기자>
제가 금일 오전부터 49층 건립이 계획인 압구정 2구역과 여의도 시범아파트, 잠실, 반포구 일대도 돌아봤습니다.
이들 지역 모두 이번 소식을 반기는 분위기고 특히 성수전략정비구역이 가장 반색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한강 르네상스 일환으로 한강변 50층 계획을 수립해지만, 35층 룰로 무산되면서 사업이 10년 넘게 표류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오 시장 1기 시절 '한강 르네상스' 정책에 따라 35층을 넘는 성동구 '트리마제(47층)'가 건립된 적 있는데요.
이후 약 10년여만에 35층을 뛰어넘는 아파트가 다시 등장하게 되는 셈입니다.
[이은자 성동구 거주: 여기가 높이 올라가면 여러모로, 여기 사는 사람들의 집값도 오르고 개발도 되고 좋죠.]
[김옥희 성동구 거주: 아무래도 강남권과 가까운데도 개발 수준이 차이가 많이 나잖아요. 개발되면서 생활이 편리해지고 좋겠죠.]
<앵커>
그러면 이번 발표로 주요 재건축 사업이 원안대로 추진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건가요?
<김원규 기자>
물론, 층수 규제 완화가 재건축 시장에 호재인 건 틀림없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있습니다.
안전진단,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등 현정부가 만든 재건축 규제는 큰 걸림돌입니다.
다만, 대통령 후보들이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대선 이후 사업 추진에 계기를 마련한 셈입니다.
그간 획일화된 `성냥갑 아파트`로 불린 한강변 단지들이 다채로운 스카이라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용산 한강맨션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앵커>
김원규 기자 잘 들었습니다. 그럼 '2040서울플랜'에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마지막 3번째 특징 살펴보죠. 임동진 기자.
<임동진 기자>
마지막 특징은 보행 일상권과 수변 공간 재편입니다.
보행 일상권이란 서울을 어디든지 도보 30분 범위 내에서 주거와 일자리, 여가를 모두 누리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큰 틀입니다.
예를 들어 편의시설이 부족한 주거밀집지역의 경우 상업 기능을 넣은 복합적인 용도계획을 새롭게 수립하는 겁니다.
이와 연계한 것이 바로 서울 전역의 수변 공간 개발인데요. 한강과 지천, 소하천을 시민 생활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하천의 크기에 따라 각각의 활성화 전략을 세웠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집 주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소하천과 지류에는 지금은 벤치나 운동기구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수변 테라스 카페, 쉼터, 공연활동 공간을 조성하고요.
다음으로 안양천, 중랑천 등 4대 지천은 그 동안 접근이 어렵고 녹지 등 단순한 수준에 머물러 있었는데요. 특화 거점을 명소로 만들고 접근성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서울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한강의 경우 수변과 도시공간 간 경계를 허물고 업무·상업·관광의 중심으로 자리매김시킨다는 방침입니다.
특히, 여의도·압구정 등 한강변 대규모 정비사업과 연계해 계획 단계부터 반영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2040서울플랜'의 주요 내용 짚어봤는데, 일부에서는 GTX나 자율주행 또 AI로 달라질 미래도시에서 도심을 고밀도 개발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도 나옵니다. 어떻습니까?
<기자>
자율주행차를 타고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근하면서 잠을 자는 모습을 그려볼 수도 있겠지만, 일자리 바로 옆에서 생활하는 직주근접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지하철역에서 100m 가까워질수록 시민이 대중교통을 선택하는 비율이 4% 정도 증가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급적 역이 많고 가까운 도심지역을 더 고층·고밀 주거지로 개발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것이 탄소중립 시대를 준비하는 대도시의 변신이겠죠.
균형발전에 저해된다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지방 소멸이라는 화두를 놓고 보면 흡인력 강한 서울이 지방 인재를 빨아들이는 게 비수도권에서는 부담일 수 있겠죠.
하지만 경쟁력을 가진 전 세계 대도시를 볼 때 '균형발전'에 방점을 찍은 곳은 없습니다. '2040서울플랜'은 글로벌 스탠더드 기준에서 서울을 가고 싶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방향을 잡고 있죠.
<앵커>
마지막으로 다양성과 융통성을 가진 규제라는 건 일부에서는 특혜 시비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핵심은 공정성 확보와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입니다.
규제를 푸는 것도 좋지만, 그에 걸맞는 시민들의 공감대를 만들지 못하면 곳곳에서 특혜 논란만 불거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공공의 역할을 너무 강조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공공이 주도적으로 드라이브를 거는 것에 대한 걱정이죠.
'2030서울플랜'에서 등장한 박원순 전 시장의 도시재생 프로젝트만 해도 실험적으로 시도했다면 좋았을텐데, 순식간에 400개 정비구역을 해제하고 1년에 1조 원을 퍼부으면서 지금 수도 서울에 새 아파트 씨가 말랐거든요.
'2040서울플랜'의 성공은 민간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도 시민들과 충분한 교감하는 행정력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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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기자 ms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