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로부터의 반란'·'앙마르슈' 외치던 김동연, 왜?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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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독식 정치판 갈아엎겠다” 해놓고
이재명 후보와 연대 180도 다른 선택
기득권 정치 체제 편입 아니라지만
“조직·자금 벽 앞에 거대 정당과 연대 모순” 지적도
양측 정책 시각차 뚜렷, 정권 잡은 뒤 지속성 의문
이재명 후보와 연대 180도 다른 선택
기득권 정치 체제 편입 아니라지만
“조직·자금 벽 앞에 거대 정당과 연대 모순” 지적도
양측 정책 시각차 뚜렷, 정권 잡은 뒤 지속성 의문
설마?.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손을 잡을 것이라는 얘기가 솔솔 흘러나왔을 때만 해도 그랬다. 그간 그가 기자와 여러번 만나 털어놓은 얘기들과는 정반대의 길이어서 설마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에서 사퇴하고 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그가 대선판에 뛰어들면서 내놓은 기치는 양당 기득권 타파였다. 승자 독식의 판을 깨기 위해 첫번째로 내세운 것은 ‘진영 금기 깨기’였다. ‘아래로부터의 반란’도 그의 입에서 단골로 나온 메뉴였다. 요컨대 기존 거대 양당 체제로는 대한민국의 발전이 요원한 만큼 민초(民草)의 거대한 새 물결로 판을 갈아엎겠다는 것이다. 2018년 말 부총리를 그만 둔 직후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을 만들어 배낭을 메고 전국 농·어촌을 돌아다니며 강연한 것은 전초전이었다. 새로운물결 창당 때 기존 정치권 인사들을 철저히 배제한 것도 ‘새정치’차원이다. ‘한국판 앙마르슈’를 표방하며 얼마전까지만 해도 완주 의지를 굽히지 않은 터다.
그런 그가 이 후보와 손을 잡으니 뜻 밖이 아닐 수 없다. 왜 그랬을까. 기존 정치권의 높은 벽을 꼽지 않을 수 없다. 고위 경제관료 출신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의 기존 정치권에 대한 깊은 불신을 감안해 볼 때 최고의 경제 전문가라는 타이틀로 새 정치를 표방하면 어느정도 호응을 받을 줄 알았는데 1%의 지지율도 나오지 않자 다른 길을 찾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조직과 자금의 현실적 한계도 꼽힌다. 김 전 부총리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기자와 통화에서 “의미있는 가치를 추구했지만 지지율이라는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길은 결국 거대 정당에 손을 내미는 것이었다. 명분은 정치개혁. 그는 △분권형 대통령제와 책임총리제를 담은 개헌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담은 선거제 개편 △주택과 교육정책 결정을 위해 여야, 진영을 뛰어넘는 독립적 의사결정체계 구성 △공통공약추진위원회 설치 등을 이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제안했다.
김 전 부총리는 “정치 개혁을 위한 일종의 공유”라고 했다. 새로운물결 당을 유지한 채 정치개혁에 뜻을 함께하는 형태여서 양당 기득권에 편입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새정치’를 기치로 양당 체제를 갈아엎겠다고 해놓고 양당을 업고 간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그는 현실적 한계를 인정한 차선책이라고 했다. 윤 후보보다 이 후보가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이 후보와 연대하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후보가 약속한 다당제를 실현하면 새로운물결이 다음 총선에서 의석을 확보하고, 이는 김 전 부총리의 정치적 터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기반으로 다음 대선을 노려볼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렸다고 새로운물결 관계자는 말했다. 실제 김 전 부총리는 “새로운물결은 2년 뒤 총선에서 후보를 내고 세를 더 모을 것”이라고 했다.
관건은 이 후보와 김 전 부총리 연대가 이 후보가 설령 정권을 잡은 뒤에도 지속가능할까라는 점이다. 김 전 부총리는 “조건없이 연대했다”고 했으나 정치권에선 분권형을 고리로 한 ‘이재명 대통령-김동연 총리’얘기가 파다하다. 그럴 경우 주요 정책을 두고 양측이 부딪히는 지점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여당 내에서도 우려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이 후보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이다. 김 전 부총리는 지난해 11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 후보를 향해 “기본소득의 기본 철학도 모르고 있다”며 “기본소득은 원래 인공지능(AI)과 로봇이 발달하면서 장기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시대에 대비한 것인데, 이걸 보편적 복지나 재난지원금 차원에서 얘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의 국채발행을 통한 전국민재난지원금 주장에 대해서도 “무식한 얘기”라고 공격했고, 부동산 대책도 시각차가 뚜렷하다. 김 전 부총리는 “충분히 얘기하고 조율할 것”이라고 했으나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김 전 부총리가 이 후보의 정책과 부딪힐 경우 민주당이 호락호락 수긍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미 김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시절 부동산 정책, 최저임금과 법인세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을 놓고 당시 장하성 정책실장을 비롯, 청와대 핵심참모들과 마찰을 빚은 바 있었고, 이는 그가 사표를 던진 원인이다.
그는 기자에게 “정권 초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반대하면서 대통령 앞에서 1 대 이십몇으로 싸웠다”고 했고, 부동산 양도세 중과 문제와 관련해선 “대통령이 참석한 회의에서 청와대의 한 참모가 ‘차액 100% 과세’를 주장하길래 ‘당신 미쳤느냐’고 그랬다”고 말했었다.
이 후보와 김 전 부총리 간 단일화 효과에 대해 여당에선 “저울 눈금을 옮길수는 없지만 사람 눈길은 잡을 수 있다(박용진 민주당 의원)” “경제 전문가로서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등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야당의 생각은 다르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애초부터 지지율이 낮은데다 그가 표방한 새정치를 기대한 지지자들이 오히려 실망해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홍영식 논설위원
그가 대선판에 뛰어들면서 내놓은 기치는 양당 기득권 타파였다. 승자 독식의 판을 깨기 위해 첫번째로 내세운 것은 ‘진영 금기 깨기’였다. ‘아래로부터의 반란’도 그의 입에서 단골로 나온 메뉴였다. 요컨대 기존 거대 양당 체제로는 대한민국의 발전이 요원한 만큼 민초(民草)의 거대한 새 물결로 판을 갈아엎겠다는 것이다. 2018년 말 부총리를 그만 둔 직후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을 만들어 배낭을 메고 전국 농·어촌을 돌아다니며 강연한 것은 전초전이었다. 새로운물결 창당 때 기존 정치권 인사들을 철저히 배제한 것도 ‘새정치’차원이다. ‘한국판 앙마르슈’를 표방하며 얼마전까지만 해도 완주 의지를 굽히지 않은 터다.
그런 그가 이 후보와 손을 잡으니 뜻 밖이 아닐 수 없다. 왜 그랬을까. 기존 정치권의 높은 벽을 꼽지 않을 수 없다. 고위 경제관료 출신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의 기존 정치권에 대한 깊은 불신을 감안해 볼 때 최고의 경제 전문가라는 타이틀로 새 정치를 표방하면 어느정도 호응을 받을 줄 알았는데 1%의 지지율도 나오지 않자 다른 길을 찾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조직과 자금의 현실적 한계도 꼽힌다. 김 전 부총리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기자와 통화에서 “의미있는 가치를 추구했지만 지지율이라는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길은 결국 거대 정당에 손을 내미는 것이었다. 명분은 정치개혁. 그는 △분권형 대통령제와 책임총리제를 담은 개헌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담은 선거제 개편 △주택과 교육정책 결정을 위해 여야, 진영을 뛰어넘는 독립적 의사결정체계 구성 △공통공약추진위원회 설치 등을 이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제안했다.
김 전 부총리는 “정치 개혁을 위한 일종의 공유”라고 했다. 새로운물결 당을 유지한 채 정치개혁에 뜻을 함께하는 형태여서 양당 기득권에 편입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새정치’를 기치로 양당 체제를 갈아엎겠다고 해놓고 양당을 업고 간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그는 현실적 한계를 인정한 차선책이라고 했다. 윤 후보보다 이 후보가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이 후보와 연대하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후보가 약속한 다당제를 실현하면 새로운물결이 다음 총선에서 의석을 확보하고, 이는 김 전 부총리의 정치적 터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기반으로 다음 대선을 노려볼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렸다고 새로운물결 관계자는 말했다. 실제 김 전 부총리는 “새로운물결은 2년 뒤 총선에서 후보를 내고 세를 더 모을 것”이라고 했다.
관건은 이 후보와 김 전 부총리 연대가 이 후보가 설령 정권을 잡은 뒤에도 지속가능할까라는 점이다. 김 전 부총리는 “조건없이 연대했다”고 했으나 정치권에선 분권형을 고리로 한 ‘이재명 대통령-김동연 총리’얘기가 파다하다. 그럴 경우 주요 정책을 두고 양측이 부딪히는 지점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여당 내에서도 우려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이 후보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이다. 김 전 부총리는 지난해 11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 후보를 향해 “기본소득의 기본 철학도 모르고 있다”며 “기본소득은 원래 인공지능(AI)과 로봇이 발달하면서 장기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시대에 대비한 것인데, 이걸 보편적 복지나 재난지원금 차원에서 얘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의 국채발행을 통한 전국민재난지원금 주장에 대해서도 “무식한 얘기”라고 공격했고, 부동산 대책도 시각차가 뚜렷하다. 김 전 부총리는 “충분히 얘기하고 조율할 것”이라고 했으나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김 전 부총리가 이 후보의 정책과 부딪힐 경우 민주당이 호락호락 수긍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미 김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시절 부동산 정책, 최저임금과 법인세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을 놓고 당시 장하성 정책실장을 비롯, 청와대 핵심참모들과 마찰을 빚은 바 있었고, 이는 그가 사표를 던진 원인이다.
그는 기자에게 “정권 초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반대하면서 대통령 앞에서 1 대 이십몇으로 싸웠다”고 했고, 부동산 양도세 중과 문제와 관련해선 “대통령이 참석한 회의에서 청와대의 한 참모가 ‘차액 100% 과세’를 주장하길래 ‘당신 미쳤느냐’고 그랬다”고 말했었다.
이 후보와 김 전 부총리 간 단일화 효과에 대해 여당에선 “저울 눈금을 옮길수는 없지만 사람 눈길은 잡을 수 있다(박용진 민주당 의원)” “경제 전문가로서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등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야당의 생각은 다르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애초부터 지지율이 낮은데다 그가 표방한 새정치를 기대한 지지자들이 오히려 실망해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홍영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