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키디데스·칸트 등 사상가들이 본 전쟁
우리는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고 싶어 합니다. 상업이 온화한 상태에서 이뤄지고, 국제간 계약과 거래가 원만하게 성사되기를 바랍니다.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게 오가는 세상을 그려온 것이죠. 하지만 인류 역사는 희망대로 흘러오지 않았습니다. 크고 작은 전쟁이 먼 조상 때부터 벌어져 왔습니다.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중세,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전쟁이 없었던 적은 없습니다. 인간만 전쟁하는 것은 아닙니다. 침팬지는 영역을 놓고 한 무리가 몰살될 정도로 싸웁니다. 개미 역시 그렇습니다. 벌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쟁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네 명의 사상가를 소환해 봅니다. 첫째는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BC 460~400 추정)입니다. 《펠레폰네소스 전쟁사》를 쓴 그는 기존의 강대국에 신흥 강대국이 도전할 때 큰 전쟁이 난다고 봤습니다. 페르시아를 물리친 그리스는 곧 내전 상태에 돌입합니다. 지금 시각에선 그리스 도시국가 간 내전이지만 당대 그리스 내전은 세계 전쟁의 성격을 띠었습니다. 그리스의 기존 맹주인 스파르타와 떠오르는 강국 아테네는 일전을 벌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습니다. 투키디데스는 ‘기존 강국’과 ‘떠오르는 강국’이 평화 협상으로 공존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아테네는 유일한 패권국이 되기를 원했고 스파르타는 “웃기네” 했던 거죠.
오늘날 투키디데스의 이런 시각은 ‘투키디데스 함정’이라는 말로 남아 있습니다. 신흥 무역 강국이 기존 구도를 흔들면 기존의 무역 강국과 신흥 무역 강국 간에 무력 충돌이 발생한다는 뜻으로 쓰이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대만 침공 위협도 미국 주도의 세계에 도전하려는 ‘투키디데스 함정’ 구도라고 볼 수 있어요.
《리바이어던》을 쓴 영국 사상가 토머스 홉스(1588~1679)는 인간의 본성에서 전쟁의 속성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그가 한 말을 인용해 봅시다. “인간의 본성에는 싸움을 불러일으키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첫 번째는 경쟁심이고, 두 번째는 소심함이며, 세 번째는 명예욕이다. 경쟁심은 인간이 이득을 보기 위해, 소심함은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명예욕은 좋은 평판을 듣기 위해 남을 해치도록 유도한다.” 자존심, 조롱, 가족과 민족에 대한 경멸적인 말이 국가 간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는 겁니다. 아테네와 스파르타 전쟁은 명예욕이 작동한 듯 보입니다. 홉스는 한 국가에선 강력한 국가 권력이 존재할 때, 세계적으로는 강력한 한 주도국이 있을 때 전쟁은 제어될 수 있다고 봤어요.
평생 수많은 전쟁 사례를 연구한 《전쟁론》의 저자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1780~1831)는 “전쟁은 한 나라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동원하는 수단이다”라고 말했답니다. 이 시각에서 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목적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NATO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목적이죠. “나의 의지를 강요하기 위해 적에게 굴복을 강제하는 폭력 행위”라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 정의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본질을 잘 보여줍니다.
독일 도덕철학자 이마누엘 칸트(1724~1804)는《영구평화론》에서 되풀이되는 전쟁은 악이며 인류를 멸망으로 이끌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칸트는 영구 평화를 위해 평화조약이 필요하며 조약에 반드시 담겨야 할 내용을 제시했습니다. 근대 계몽주의 사상가 중에서 장 자크 루소(1712~1778)는 군주제 아래에서는 영구 평화가 불가능하다고 비판하고 유럽 국가들이 공화국 연합체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는 대통령제 나라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사실상 군주에 가깝다는 점에서 루소의 해석은 의미있습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
1. 토머스 홉스가 쓴 《리바이어던》 제 13장을 찾아보자.2. 클라우제비츠가 쓴 《전쟁론》 제 1장 내용을 알아보자.
3. 투키디데스가 소개한 멜로스섬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잔혹함을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