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발해 러시아와의 사업적 관계를 단절하고 있지만, 중국 기술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CNBC는 3일(현지시간) "중국의 주요 기술기업 9곳에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입장을 문의했지만, 단 한 곳을 빼고 전부 답변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정상들이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난하고 제재하는 동안 중국 정부는 이번 공격을 침략이라고 부르기를 거부하는 등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재까지 러시아 제재 관련 조치를 취한 중국 기업은 바이트댄스가 보유하고 있는 짧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이 유일하다. 틱톡은 유럽연합(EU) 내에서 러시아 국영매체 스푸트니크 등에 대한 접근을 차단시키면서다. CNBC는 "알리바바 화웨이 샤오미 바이두 텐센트 리얼미 넷이즈게임즈 아너 오포 등 중국 기업들에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을 거부하거나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알리바바는 러시아 인터넷 기업인 메일닷알유 그룹, 이동통신 사업자 메가폰(MegaFon), 러시아 국부펀드 직접투자펀드(RDIF) 등과 함께 러시아에 합작법인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중국 차량공유 플랫폼 기업 디디추싱은 RDIF를 주요 투자자로 두고 있다. 디디추싱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언급 없이 "러시아 사업장을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가 철수 계획을 취소한 바 있다.

자문기업 미래혁신센터의 공동 설립자 아비수르 프라카쉬는 "중국 기업들에는 중러 밀월관계의 그림지가 크게 비치고 있다"며 "이 기업들로서는 공연히 정치적 입장을 취해 중국 정부를 화나게 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정부가 친러 외교 노선을 갑자기 바꾸지 않는 한 중국 기업들은 지정학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낮다"며 "러시아에 대한 암묵적인 지지 어조를 고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