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에 이어 두 번째 1시간 연장…"자영업자 피해 고려"
감염병 전문가들 "도박" "진료체계 위기 올수 있어" 비판
정점 아직인데 또 영업시간 1시간 연장…전문가 "피해증가 우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6만 명을 훌쩍 넘는 등 유행 상황이 악화하는 가운데서도 정부가 4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이 한계에 달했다고 판단, 식당과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오후 10시에서 11시로 1시간 연장한 것이다.

이는 2주 전 다중시설의 영업시간을 오후 9시에서 오후 10시로 1시간 늘린 데 이은 두 번째 연장 조치다.

아울러 정부는 오는 21일부터 적용될 다음 거리두기 조정에서는 방역수칙을 대폭 완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부 예측치를 웃도는 수준으로 유행 규모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영업시간 1시간 연장이 오미크론 확산을 부추겨 피해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고심 끝 영업시간 '1시간' 연장 결정…오는 5∼20일 적용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오는 5일부터 20일까지 식당,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12종의 영업시간을 오후 11시까지로 늘리기로 했다.

사적모임 규모는 지금처럼 6인으로 유지된다.

오미크론 변이 유행 정점이 불확실하고 위중증 환자, 사망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방역 조치를 전면 완화할 수는 없지만,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피해가 누적되는 상황을 고려해 고심 끝에 또 한 차례 최소한의 조정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조정에 대해 "12월 18일부터 고강도의 거리두기가 11주째 이어지면서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매우 심각한 상황에 있다"며 "지난 조정 때 영업시간 1시간 연장을 결정했으나 서민경제 어려움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은 또 오미크론 변이 특성도 고려해 이번 조치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감염이 이미 광범위하게 퍼진데다 오미크론의 빠른 전파력으로 인해 거리두기 효과성과 효율성이 앞선 델타 변이 대응 당시보다 현저히 낮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질병관리청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이번 영업시간 1시간 연장에 따라 유행 정점이 다소 빨라지고 정점 규모가 10% 이내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정점 규모가 10% 이내로 증가하는 정도는 현 의료체계에서 소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예방 가능한 사망 발생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영향은 없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오미크론의 중증진행률과 치명률이 델타 변이에 비해 낮아 위중증 환자가 예상보다 적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재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50%대를 유지하고 있는데, 당국은 "의료체계가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정점 아직인데 또 영업시간 1시간 연장…전문가 "피해증가 우려"
하지만 감염병 전문가들은 아직 유행 정점이 오지 않은 상황에서 방역조치를 또 한 차례 완화한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 사망자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현시점에선 거리두기 완화가 적절하지 않다.

도박이다"라고 비판하면서 "지금은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확산 속도가 빨라져서 단기간에 정점에 달해 환자가 많이 나오는 기간은 줄어들 수 있지만, 이렇게 되면 의료체계 대응이 어렵기 때문에 피해는 더 커진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벌써 수도권 응급센터는 매일 밤 '먹통' 상태가 되고 있고, 생각보다 일찍 중환자 진료 체계에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유행 정점은 2주 정도 남아 있는데 정책적 판단이 정말 많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앞선 거리두기 조정안의 적용 기간이 당초 13일까지였지만, 적용 기간 종료 전 돌연 또 한 차례 거리두기를 완화한 것을 두고 다음 주 대통령선거일(9일)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 통제관은 관련 질의에 "우리 방역 상황과 민생경제를 고려해 결정한 사항"이라고 답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