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가동 중이라는 정황이 또다시 포착됐다. 지난 1월 모라토리엄(핵실험·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잠정 유예) 폐기를 시사한 북한이 핵 활동 움직임을 본격화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3일(현지시간) 상업 위성 사진에 포착된 5㎿급 원자로 시설 지붕의 눈이 비정상적인 형태로 녹아 있는 모습을 바탕으로 “5㎿급 원자로 건물과 인근의 터빈 등이 가동 중인 것을 뜻한다”고 보도했다. 이어 “영변에서 관측된 활동은 핵분열 물질 생산 및 추가 확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실험용 경수로가 가동되는 것이라면 북한이 플루토늄 생산도 크게 늘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2년여간 잠잠하던 영변 핵시설의 가동 정황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해 8월 연례 보고서를 통해 재가동 정황을 공식 보고한 이후 약 7개월째 계속해서 포착되고 있다. 앞서 올리 헤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도 지난달 13일 “원심분리기 설치 공간에 육불화우라늄을 넣고 빼는 공급소와 통제실을 포함하는 부분에 눈이 녹았는데 이곳은 가동 중일 때만 가열된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월 8차 노동당대회에서 “핵무력건설을 중단 없이 강행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며 핵개발을 지속할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북핵 문제를 담당했던 미국의 전직 고위 관리들은 북한의 ‘이중잣대’를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 “국가 주권을 강조해오던 북한이 독립주권국가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지지하는 것은 위선적”이라며 “이와 비슷하게 북한의 계속되는 탄도미사일 시험도 놀랄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은 “북한에 중요한 것은 국가주권 등 국제사회 규범이 아니라 오직 자국의 국익뿐”이라며 “북한이 러시아를 지지한 이유는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추가 대북제재가 이뤄지지 않도록 ‘방패막이’ 역할을 계속해주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