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기업들의 생산과 공급망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현지 공장은 부품난과 물류 마비로 정상 가동이 어려운 상태다. 유연탄 공급도 차질을 빚으면서 시멘트업계는 감산을 검토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가동이 중단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조업을 오는 9일부터 재개할 계획이지만 생산량은 절반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물류 차질에 따른 부품 부족이 이어지면 추가로 조업을 중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세종공업, NVH코리아, 경신 등 러시아에 진출한 15개 부품업체는 현대차 공장에 공급해야 할 부품을 선적받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러시아 공장의 이달 생산 물량이 평소 대비 절반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에 TV 공장을 가동 중이다. 이 공장에선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CIS(독립국가연합) 지역의 TV 공급 전반을 책임진다. LG전자는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 공장에서 가전과 TV를 생산 중이다. 러시아 현지에 TV와 가전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부품업체들의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면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유연탄 수입 비중의 75%를 차지하는 러시아산 공급 차질로 국내 시멘트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국제 원자재거래소 ICE퓨처스에 따르면 3일 호주산 유연탄 선물이 t당 446달러에 거래됐다. 전날 대비 45.7% 급등한 수준으로 유연탄 선물거래 통계를 집계한 2008년 이후 최고치다.

2020년만 해도 유연탄 가격은 평균 60달러였다. 작년 세 배 수준인 180달러로 크게 오른 데 이어 올해 일곱 배 수준까지 치솟았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세계 유연탄 주요 생산기지인 러시아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퇴출되면서 유연탄 거래가 중단된 영향”이라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이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유연탄은 주로 발전 연료용과 시멘트 제조용으로 쓰인다.

유연탄 가격 급등은 시멘트 공급난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습기에 약한 유연탄은 장기 보관이 쉽지 않아 대부분 시가로 조달할 수밖에 없다. 시멘트업계가 보유한 유연탄도 한 달 뒤면 재고가 바닥나 당장 다음달부터 건설현장의 시멘트 공급 차질도 예상된다.

김형규/안대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