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이 해안가를 따라 빠르게 번져 강원도 삼척까지 확산하면서 소방당국이 ‘방어 총력전’을 펼쳤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17분께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급속도로 확산했다. 당국은 오후 1시50분 전국 소방동원령 1호를 발령한 데 이어 오후 2시10분엔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심각’을 발령했다. 산림당국은 산불 진화 헬기, 산불 진화 대원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진화에 나섰다.

불이 처음 발생한 두천리를 비롯해 상·하당리, 사계리, 소곡리 등 9개 마을 2215가구 주민 3900여 명이 산불 현장과 떨어진 마을회관, 초등학교 등으로 대피했다. 산불이 강원도 삼척으로 번지면서 삼척시에서도 주민 1000여 명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내륙에서 난 산불은 7번 국도를 넘어 해안 쪽으로까지 번지면서 한울원전 쪽으로 이동했다. 산불 최초 발화 지점과 7번 국도까지는 직선거리로 10㎞, 7번 국도에서 한울원전까지 직선거리는 1㎞ 남짓이다.

소방청은 한울원전 측 요청에 따라 중앙119구조본부 울산 119화학구조센터에 배치한 대용량 방사포시스템을 현장에 출동시켰다. 한울원전에는 한울 1~6기 등 6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송전망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 대비해 한울 1∼5호기 출력을 50%까지 낮췄다”며 “원전 주변 산불도 초기 진압에 성공해 설비 손상 없이 안전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불이 삼척 호산리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기지를 위협해 소방당국이 방어에 나섰다.

한편 이날 오후 5시14분께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초입에서도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대모산으로 번졌다. 소방당국은 인근 소방인력까지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당국은 이 불로 주택 일부가 소실됐고,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추정했다.

안동=오경목/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