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포격으로 우크라이나에 있는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에 4일 화재가 발생했다. 방사능 누출 사고가 있었던 체르노빌 원전 통제권을 빼앗은 러시아가 침공 9일째인 이날 가동 중인 대형 원전까지 공격한 것이다. 러시아군은 화재가 진압된 뒤 이 원전을 탈취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현지시간 이날 새벽 2시30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동부에 있는 자포리자 원전 단지를 공격해 일부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다. 자포리자 원전 단지는 우크라이나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 15기 중 6기가 있는 곳으로 우크라이나 전체 전력량의 4분의 1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단일 단지로는 유럽 최대 규모 원전으로 알려져 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자포리자 원전이 폭발한다면 체르노빌 사고 때보다 피해가 10배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러시아군은 화재가 진압된 뒤 원전 단지를 장악했다. 방사능 누출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번 화재로 원전의 필수 장비가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며 “원전 주변의 방사능 수치에도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자포리자 원전 탈취는 우크라이나 전력을 통제하고 서방의 제재에 핵 위협으로 맞서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IAEA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교전을 즉각 중단하고 핵시설 공격이나 핵 위협을 방지하는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