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없을 거라 하니까 일찍 나와서 투표하는 거재. 음모론이나 꺼내들고 투표는 안 하면 나라가 엉망되지 않겠는교.”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경북 구미 인동동 행정복지센터 사전투표소를 찾은 김모씨(68)는 “사전투표는 부정선거라며 음모론을 얘기하는 주변인들에게 소중한 한 표를 버리지 말라고 독려했다”며 “내 손으로 좋은 나라를 만드는 대통령을 뽑고 싶어 서둘러 나왔다”고 말했다.

전국의 투표소는 이른 아침부터 투표권을 행사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서울 방배3동주민센터에는 7층 투표소에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대기인원만 오전 한때 20명 넘게 서 있었다. 20대부터 8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직장인 최모씨(34)는 “선거 당일인 9일은 사람이 많을 것 같아 사전 투표를 하러 왔다”고 했다.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은 없지만 투표는 꼭 해야 한다는 생각에 나왔어요. 다음 대통령은 국민의 염원을 잘 이해하는 리더가 되면 좋겠습니다.”

서울 마포구 대흥동주민센터에서는 ‘투표 인증’을 위해 사전투표소 입구에 부착된 투표소 안내문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거나 현장에서 ‘사전투표확인증’을 받아가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오미크론 변이 창궐 속에 치러지는 투표 방식에도 다들 ‘익숙하다’는 반응이었다. 대부분 시민이 투표사무원의 지시에 따라 체온을 재고 손소독제를 바른 뒤 차분하게 투표했다.

다만 사람이 몰린 투표소에선 거리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다. 서울 암사2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를 찾은 주부 이모씨(43)는 “2020년 총선 때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한 경험이 있어 이런 방식이 낯설지 않았다”며 “한참 전부터 누구를 뽑을지 마음을 정해 사전투표 첫날 일찍 투표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에도 투표 행렬은 계속됐다. 이날 정오께 서울 낙성대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는 관외선거인 줄이 30명 넘게 늘어섰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투표하려는 직장인이 몰렸기 때문이다. 일부 시민은 “사람이 너무 많으니 다른 시간에 오자”며 투표소를 떠나기도 했다.

충북 충주에선 50대 유권자가 투표소 내부를 촬영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정지은/오현아/최예린/이광식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