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 60대 부부 "너무 무서워서 강아지만 끌어안고 급히 나왔다"
메케한 연기 속 숨쉬기조차 힘들어…삼척 다다르자 주민대피령 쉼없이 반복
LNG 생산기지 주변, 만일의 사태 대비 소방차 경광등·사이렌 이어져

"통행이 금지됐습니다.

돌아가십시오."
[르포] 울진-삼척 7번국도 주변 전쟁터 방불…10m앞 분간 어려워
4일 오후 5시께 경북 울진군 북면 덕구교차로 입구. 경찰들이 강원도 삼척시로 향하는 7번 국도의 진입을 막아섰다.

이 탓에 교차로 일대는 돌아가는 차들로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우여곡절 끝에 들어선 삼척으로 향하는 길이 약 7km의 왕복 4차선 도로에는 간혹 소방차들만 지나갈 뿐 적막했다.

[르포] 울진-삼척 7번국도 주변 전쟁터 방불…10m앞 분간 어려워
통제선을 지나 약 1km 지점부터는 도로 양옆의 산들과 산자락의 주택들이 불타오르며 쏟아내는 열기와 재, 메케한 연기에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곧이어 나타난 고포터널과 월천터널 안은 자동차의 상향등을 켜고도 짙은 연기와 터널 안까지 들이닥친 불씨로 10m 앞을 분간하기 어려웠다.

평소 차량으로 10여 분이면 도착할 울진 덕구교차로에서 삼척 원덕읍까지는 이날 산불과 열기로 1시간가량이 걸렸다.

[르포] 울진-삼척 7번국도 주변 전쟁터 방불…10m앞 분간 어려워
원덕읍에 도착하자 주민대피령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쉼 없이 울려 퍼졌다.

인근 LNG 생산기지 주변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소방차들의 경광등과 사이렌 소리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오후 7시께 원덕읍에서 바라본 울진 쪽 산등성이는 길이 약 3~5km의 산불이 넘실대고 있었다.

울진 북면 부구초등학교 삼당분교장부터 원덕읍까지 약 17km를 지나오는 동안 휴대전화는 먹통이었다.

[르포] 울진-삼척 7번국도 주변 전쟁터 방불…10m앞 분간 어려워
덕구교차로 인근의 한 식당 주인은 "오후 3시께 정전이 30여 분간 된 뒤부터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모두 먹통이다"며 "KT 통신사는 간혹 연결된다"고 전했다.

삼당분교장부터 덕구교차로까지의 산간 도로에는 산불이 옮겨붙은 주택들이 불타오르고 있었으며 일대의 한 공장에는 손 쓸 틈도 없이 모두 타버린 차들이 흉물스럽게 서 있었다.

[르포] 울진-삼척 7번국도 주변 전쟁터 방불…10m앞 분간 어려워
소방당국과 산림청 관계자 100여 명이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었으나 힘에 부쳐 보였다.

산불을 피해 집에서 피신해 도로에 나와 있던 60대 부부는 "불이 너무 대단했다.

너무 무서워서 강아지만 끌어안고 급히 나왔다"며 불타는 이웃집을 보며 "어떡해, 어떡해 손도 못 쓰고 있어"라며 안타까워했다.

[르포] 울진-삼척 7번국도 주변 전쟁터 방불…10m앞 분간 어려워
이날 오전 11시께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시작된 불은 오후 7시 30분 현재 강한 바람을 타고 강원도 삼척시 쪽으로 번졌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미 축구장(0.714㏊) 560∼700개에 해당하는 면적이 잿더미로 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