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줘야죠, 법이 얼마나 무서운지"…'소년심판'이 쏘아올린 공 [오현아의 법정설명서]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한 줄의 강력한 문구로 사람들을 사로잡은 넷플릭스의 '소년심판'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한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전 세계 7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특히 극 중 심은석 판사(김혜수 역)가 “보여줘야죠, 법이라는게 얼마나 무서운지”라는 대사에 묘한 쾌감을 느끼는 분들도, 드라마 속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 숙명여고 답안지 유출 사건 등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건들을 보며 답답한 현실을 떠올리는 분들도 있었을 겁니다.

○늘어나는 촉법소년 범죄...5년간 58% 증가

"보여줘야죠, 법이 얼마나 무서운지"…'소년심판'이 쏘아올린 공 [오현아의 법정설명서]
한국은 현재 소년범을 △만 10세 미만의 범법소년 (법 밖의 소년) △만10세~14세의 촉법소년 △만14세~19세의 범죄소년 등으로 분류합니다. 범법소년은 범죄 개념이 바로 서지 않은 아동으로 판단, 법으로 보호처분이나 처벌을 내리지 않습니다.

촉법소년이 받을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처분인 보호처분 10호는 소년원 2년 송치입니다. 범죄소년은 형사처벌도 가능하지만 살인과 같은 흉악범죄에도 내릴 수 있는 형량은 최대 20년으로 제한돼 있습니다. 이에 일부는 성인범죄 못지않게 잔혹한 소년범죄의 형량이 처벌이 너무 부족하다는 목소리를 냅니다.
"보여줘야죠, 법이 얼마나 무서운지"…'소년심판'이 쏘아올린 공 [오현아의 법정설명서]
실제로 촉법소년 사건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2017년 7665건이던 촉법소년 처리건수는 지난해 1만2029건으로 5년만에 56% 증가했습니다. 살인·강도·성범죄·방화 등과 같은 흉악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은 5%에 그쳤으나, 폭력은 20% 수준입니다.
"보여줘야죠, 법이 얼마나 무서운지"…'소년심판'이 쏘아올린 공 [오현아의 법정설명서]
반면 만 14~19세의 범죄소년의 사건은 매해 줄어드는 추세가 뚜렷합니다. 형사사건으로 처리받는 범죄소년(소년사범) 사건은 2017년 8만4026건에서 지난해 5만5846건으로 꾸준히 감소했습니다. 보호처분을 받는 범죄소년은 최근 5개년간 2만5000여건 정도로 비슷한 수준을 보입니다만, 지난해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2만1734건으로 줄었습니다.

과거와 다르게 신체적·정신적 성숙이 빠르게 일어나는 만큼,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나이를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실제로 촉법소년이 '소년법'을 무기삼아 범죄가 늘어났다기보다, 이전보다 경찰 신고 등이 더 활발해지면서 실제 통계에 잡히는 건수가 늘어났다는 분석 등도 있습니다.

○전문가들 “엄벌주의, 재범율 높일 수도”
...환경 개선이 우선

"보여줘야죠, 법이 얼마나 무서운지"…'소년심판'이 쏘아올린 공 [오현아의 법정설명서]
유력 대선후보들은 앞다투어 “촉법소년의 나이를 현실적으로 조정하겠다” “촉법소년의 연령을 만 12세로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환경 개선'이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촉법소년의 나이를 낮춰 처벌을 강하게 하는 엄벌주의는 효과가 없고, 청소년들이 범죄를 저지를만한 환경을 개선해주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죠.

2009년 소년법의 상향 나이를 만 20세 미만에서 만19세 미만으로 낮춘 적이 있는데, 이후 소년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19세 청소년의 범죄율이 더 높아졌다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또한 환경을 개선하지 않고 보호처분 기간을 늘리거나 형사 처벌만 늘릴 경우, 오히려 드라마 마지막 장면 처럼 재범을 저지르는 소년범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천종호 부장판사
천종호 부장판사
‘안돼, 안바꿔줘, 돌아가’라며 소년범에게 호통치는 모습으로 유명한 천종호 부장판사는 자신의 저서 ‘호통판사 천종호의 변명’에서 이렇게 서술합니다.
교정학 이론에 따르면 70퍼센트가 가장 적정한 수용 인원이고, 100퍼센트를 넘어가면 교정효과가 없다. 10평짜리 방에 15명, 18명씩 소년범들을 몰아넣으면 다 한 패거리가 되어 출소를 하게된다.
우리의 현실은 어떨까요? 2019년 기준 서울(101%)과 안양(129%) 소년원 등 수도권 시설을 비롯해, 부산(105%), 청주(106%), 대전(121%)소년원 등도 과밀수용을 겪고 있습니다.

옆나라 일본은 소년교도소만 7개, 소년원은 52개소가 있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는 각각 1개, 10개 시설뿐입니다. 인구 대비로 봐도 턱없이 부족한 숫자입니다.
"보여줘야죠, 법이 얼마나 무서운지"…'소년심판'이 쏘아올린 공 [오현아의 법정설명서]
드라마 속 ‘푸름청소년 회복센터’와 같은 청소년보호시설(6호 처분기관)도 일본은 50여개소 이상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12개에 불과합니다.

이런 상황에선 직업훈련이나 교과 수업 등 청소년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교화가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천 부장판사는 "소년들은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가야 할 날들이 많은 존재"라며 "너무 이른 시기에 낙인을 찍어버리면 사회적으로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환경이 불우하다고 모든 소년이 범죄를 저지르진 않지만, 성인보다 더 큰 영향을 받는 점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도 "보호처분으로는 교정될 수 없는 흉악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형벌을 부과해 교정의 실효성을 높이자는 의견에 동의한다"면서도 " ‘촉법소년’ 연령 개정 이후 소년 재범 방지 정책 마련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