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놀랄 만큼 강한 2월 고용, 시장이 꼼짝 않은 이유
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세 가지 이벤트가 지배했습니다.

① 푸틴 발 핵 공포

미국 시간 3일 밤, 우크라이나 현지 시간으로는 4일 새벽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단지를 공격해 일부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이 원전이 폭발한다면, 체르노빌 사태 때보다 피해가 10배 더 클 것이라고 밝히면서 핵 공포가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결국, 러시아군은 밤사이 원전을 장악했습니다. 다행히 원자로 1호기 격실이 일부 훼손됐으나 다행히 안전에는 이상이 없으며, 방사능 수준은 정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유럽연합(EU)의 조셉 보렐 외교·안보 대표는 이에 대해 “유럽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전략핵 사령부에 경계 태세 강화를 지시하는 등 핵 위협 수주를 높이고 있습니다. 미국 내 최고 러시아 전문가로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에서 오래 근무한 피오나 힐은 최근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의 핵 사용 가능성에 대해 "그렇다, 그는 쓸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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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공포가 커지면서 4일(현지 시간) 유럽 증시는 일제히 3~4% 폭락했습니다. 또 달러 대비 유로 환율은 거의 2년 만에 최저치인 1.1달러 밑까지 떨어졌습니다.

미국 금융시장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전날 연 1.845%로 마감했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한때 연 1.699%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1.73% 수준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2년물도 떨어졌지만 10년물보다는 덜 떨어지면서 스프레드(금리 차이)는 25bp까지 줄어들었습니다. 올 초만 해도 77bp에 달했었지요. 바이탈 날리지는 "2년/10년물 국채 스프레드는 향후 1~2주 이내에 쉽게 역전될 수 있다. 특히 3월 16일 Fed는 단기 금리를 올린다"라고 예상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많은 사람이 이 신호를 무시하지만, 수익률 곡선 역전은 여전히 글로벌 성장에 대한 매우 부정적 징조"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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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증시도 온종일 마이너스권에 머물렀습니다. 결국, 다우는 0.53%, S&P500 0.79% 내렸고 나스닥은 1.66%나 급락했습니다. 다우 지수는 179포인트 하락한 채 마감했지만 한때 540포인트까지 내리기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유럽보다는 덜하지만, 미 증시도 상당한 타격을 받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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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A리서치는 이날 '핵전쟁에 따른 종말 위험 증가'(Rising Risk Of A Nuclear Apocalypse)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향후 12개월 동안 인류 문명의 종말을 부르는 세계 핵전쟁의 가능성에 불편할 정도로 높은 10% 확률을 할당한다"라고 밝혔습니다.

BCA리서치는 "푸틴은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를 목표로 삼고 있고, 이게 이뤄지지 않으면 패배로 여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한 계속된 러시아군의 투입은 러시아 경제를 파탄시키고 국내적 불만을 누적시킬 것"이라면서 "푸틴이 만약 자신에게 미래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면 핵을 사용할 위험이 있다"라고 추정했습니다.

BCA리서치는 "궁극적으로 제3차 세계 대전을 피한다고 하더라도 시장은 팬데믹 초기에 겪었던 것과 같은 기겁할만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라면서 "핵전쟁에 대한 구글 검색은 이미 급증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BCA리서치는 "핵전쟁 위험에도 불구하고, 향후 12개월 동안 주식에 대해 건설적 시각을 유지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크게 신경 쓰이더라도) 순전히 재무적 관점에서 보면 실존적 위험은 대체로 무시하는 게 좋다"라고 권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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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는 이날 월가에서 회자하며 널리 읽혔고, 그만큼 시장 분위기는 좋지 않았습니다. 도이치뱅크의 짐 리드 전략가는 "어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2차 평화 회담이 열렸고 양측은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적 통로 마련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건 불행히도 전투가 계속된다는 걸 전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밝혔습니다.

② 정말 완벽한 2월 고용

이날 오전 8시 30분, 중요한 경제 지표인 미 노동부의 2월 고용보고서가 발표됐습니다. 신규 일자리가 67만8000개나 증가했고, 실업률은 3.8%까지 떨어졌습니다. 여러모로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보고서였습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시원치 않았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러시아의 침공이 없었고, 제롬 파월 의장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5bp(1bp=0.01%포인트) 금리를 올린다고 투명하게 밝히지 않았더라면 시장이 크게 움직였을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고용보고서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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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일자리 급증=신규고용은 67만8000개 증가했습니다. 월가 예상치 43만 개를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작년 7년 이후 가장 많습니다. 50bp 인상 가능성을 크게 높였던 지난 1월 신규고용 46만7000개보다 더 훨씬 많고요. 지난 1월, 12월 수치도 9만2000개 더 많은 것으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오미크론 확산세가 꺾이자 레저·접객업에서 17만9000개나 일자리가 늘었고, 전문사무서비스업(9만5000개 증가)과 보건의료업(6만4000개)에서도 고용이 급증했습니다.

▲실업률, 노동참여율 등 모두 개선=실업률은 3.8%로 전월(4.0%)보다 개선됐고 시장 예상(3.9%)도 밑돌았습니다. 파월 의장이 주시하는 경제활동 참가율도 62.3%로 올라 팬데믹 이후 최고로 올라섰습니다. 물론 아직 팬데믹 직전보다는 1.1%포인트 낮습니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는 “정부의 재정부양 자금 살포에 따른 초과 저축액이 줄어들자 사람들이 다시 직장으로 복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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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증가세 감소=가장 긍정적인 것 중의 하나는 2월 시간당 임금 증가세가 전달 대비 0.03%로 꺾인 것입니다. 이는 예상치(0.5% 상승)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이에 따라 전년 대비 상승률도 5.13%로 역시 예상치 5.8%, 전월 5.5%보다 낮았습니다.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 전략가는 "서비스 부문의 일자리가 많이 증가한 게 시간당 임금 성장이 정체된 이유"라며 "서비스업은 급여가 상대적으로 낮은 특성이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임금 상승이 둔화한 것은 더 많은 사람이 노동 시장에 진입함에 따라 노동력 부족이 완화되고 있다는 잠재적 신호"라고 분석했습니다. 미시간대 경제학과의 저스틴 울퍼스 교수는 "지난 4개월 동안 시간당 임금은 연간 5% 미만으로 증가했다"라며 "임금 상승에 따른 나선형 소용돌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바꿀 때가 되지 않았나 궁금하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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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가 나오자 WSJ의 그렙 입 칼럼니스트는 "No Stag, Less Flation"(침체 아니고, 물가 상승도 덜하다)라는 총평을 내렸습니다.

다만 이 보고서는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먼저 이 수치의 기반이 된 설문조사가 지난 2월 둘째 주에 실시되는 바람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따른 부정적 영향(유가 상승 등)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라스무센은 "전쟁에 따른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폭등, 그로 인한 명백한 경제적 위험을 고려할 때 고용이 이렇게 강력한 속도로 계속될 것으로 보기 어렵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시간당 임금 상승률이 낮아졌다는 것만으로 높은 물가에 대한 걱정을 접을 때는 아니란 시각이 많습니다. 게다가 파월 의장이 지난 3일 "노동시장은 매우 뜨겁다. 3월에 25bp 인상을 지지한다"라고 이미 결론을 내버렸지요.

골드만삭스는 "2월 시간당 임금은 작년 1월 이후 가장 느린 월별 임금 상승세를 보인다"라면서도 "우리는 Fed가 3월 회의에서 첫 인상을 시작으로 올해 일곱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계속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노동시장의 모멘텀은 대단하며, 고용수요가 공급을 계속 초과할 것으로 예상한다. 러시아의 침공이 불확실성을 더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Fed가 올해 25bp씩 일곱 번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Fed 내의 어떤 슈퍼비둘기라도 그들이 인플레이션에 크게 뒤처져 있다는 걸 이해하기 시작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블랙록의 제프리 로젠버그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시장의 초점은 고용에 있지 않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는 "시장은 지금 러시아의 침공, 그에 따른 부정적 공급 충격과 글로벌 성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또 Fed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의 필요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공급망 혼란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었습니다. 뉴욕연방은행이 집계하는 글로벌 공급망 압력지수는 여전히 높지만, 정점을 지나서 완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러시아의 침공으로 다시 악화할 수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러시아에 대한 각국의 제재로 하늘과 바닷길이 막혔고, 에너지 원자재 수급에 커다란 차질이 생기고 있습니다.

③ 유가 충격→식량 충격

이는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을 기록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7.4% 오른 배럴당 115.68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2008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기록입니다. 주간 상승 폭은 26.3%에 달합니다. 브렌트유도 6.9% 상승한 118.10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전날 이란 핵 협상이 마무리 단계라는 보도에 힘입어 배럴당 110달러 아래로 내려갔던 유가는 러시아산 에너지 제제 가능성에 다시 치솟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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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까지 "미국 소비자들의 기름값만 높일 것"이라며 러시아 원유 수입 금지에 반대하던 백악관은 방향을 바꿨습니다. 러시아에 타격을 가하려면 원유를 옥죄어야 한다는 요구가 미 의회 등에서 비등한 탓입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이 유럽과 수입 금지 효과를 최대화하는 방법을 협의하고 있다며 "뭐가 가능한지 무엇이 최대 영향을 낼지 논의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사키 대변인의 말이 나온 뒤 미 증시는 한 차례 더 하락했습니다.

러시아는 하루 1000만 배럴 이상을 생산해 500만 배럴을 수출해온 나라입니다. 이란이 핵 합의를 통해 국제 원유 시장에 복귀해도 하루 최대 150만~200만 배럴이 더 나올 것이란 추정되기 때문에 글로벌 원유 수급은 더욱 빡빡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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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오후 1시 반께 미국 최대 셰일 기업 중 하나인 파이오니아내추럴리소시스의 스콧 셰필드 CEO와의 인터뷰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셰필드는 "푸틴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석유와 가스 수출을 막는 것이다. 하지만 서방이 러시아 석유와 가스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하면 유가는 배럴당 200달러, 아마도 150~200달러 사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특히 그는 "미국 셰일이 러시아 제재에 따른 원유 부족분을 대체할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FT에 따르면 미국 셰일 오일은 현재 하루 1160만 배럴이 생산됩니다. 팬데믹 이전 최고치 1300만 배럴을 훨씬 밑도는 규모입니다. 파이오니아는 이미 올해 원유 생산량을 5% 이하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셰필드 CEO는 "올해는 이를 바꿀 수 없다. 시추 장비를 추가하더라도 첫 생산에 6~8개월이 걸린다. 게다가 노동력 부족, 장비와 모레 등 부족한 게 많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유가도 걱정이지만 밀 등 식량 부족 사태가 더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밀은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이번 주 40% 치솟아 14년 내 최고가 기록을 세웠습니다. 세계 밀 수출의 29%를 차지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두 나라가 전쟁에 휘말린 탓입니다. 옥수수도 10년 최고치에 근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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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산 밀을 대량 수입하는 이집트의 경우 국가 신용부도스왑(CDS)이 치솟고 있습니다. 밀 가격 앙등으로 2010년 아랍의 봄 때와 같은 시위와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 탓입니다. 사실 지금 가격은 2010년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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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날 러시아 정부는 비료업체에 수출 중단에 명령했습니다. 서방 제재에 대한 복수입니다. 이는 비료 가격을 올릴 뿐 아니라 모든 식량 가격을 치솟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영향으로 곡물 수출국인 헝가리 정부는 이날 모든 곡물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비료 생산에는 천연가스가 많이 쓰이기 때문에 서방의 천연가스 가격이 추가로 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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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하는 원자재 가격은 경제 성장 둔화와 높은 인플레이션이 결합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높은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미국의 주요 인플레이션 위험"이며 경제 성장을 위협한다고 밝혔습니다. 피크텟에셋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유가가 추세보다 50% 이상 상승할 때마다 경기 침체가 발생했습니다. WTI는 올해 들어 거의 50%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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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목요일, 10일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됩니다. 월가는 헤드라인 수치가 7.9%에 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1월 7.5%에서 더 오르는 겁니다.

모건스탠리는 "2월에 식료품 가격이 0.9% 오르고 에너지는 4.6% 급등했다. 이 두 가지 요인만 해도 헤드라인 수치를 한 달 동안 0.87% 올린다. 전년 대비 수치는 1월 7.5%에서 2월 8.0%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ING는 "우리는 CPI가 7.9%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1981년 이후 가장 높은 8%가 나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