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Z세대는…"월급 최소 244만원, 정시 퇴근 가장 중요"
99년에 출생한 Z세대들은 '정시 퇴근'이 안되는 회사를 1순위 '취업 기피 회사'로 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 밖에는 월급, 통근환경, 비정규직 여부, 주5일 근무도 중요한 조건으로 따졌다. 이런 다섯 개의 조건을 반영한 근무환경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중소기업은 추후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도 덧붙여졌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청년들이 취업하고 싶지 않거나 퇴사의 사유가 될 수도 있는 일자리 특징'을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를 6일 발표했다. 연구원은 '한국교육고용패널조사Ⅱ(2020) 4차년도 패널 조사'에서 1999년생 8353명을 대상으로 2019년에서 2020년에 걸쳐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에 응한 1999년생들은 일반적인 진학 상태라면 2020년 조사 기간 현재 대학교 3학년 재학 중으로 취업을 눈앞에 두고 있는 나이다.

연구는 “나는 ~하지 않는 회사에는 취업하고 싶지 않다”와 같은 문장을 활용해 취업 선호도를 4단계로 나눠 평점(매우 그렇지 않다 1점, 그렇지 않다 2점, 그렇다 3점, 매우 그렇다 4점)을 부과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평균 2.5점을 초과하는 경우 취업을 기피하는 조건으로 해석했다는 설명이다. 조사는 남녀와 학력별로 구분해서 실시했다.

"비 정시근무 용납 안 돼"…여성이 더 중요시 여겨


분석 결과 청년들이 가장 기피하는 일자리 조건은 정시근무가 지켜지지 않는 직장(2.94점/4점)이었다. 본인 기대보다 낮은 월급(2.74점/4점) 보다 상위 기피 조건으로 꼽힌 점이 눈길을 끈다. 불편한 통근 환경(2.74점/4점)도 월급만큼 중요한 조건이었다. 그다음으로는 비정규직(2.68점/4점), 주 5일 근무가 아닌 직장(2.55점/4점) 순으로 나타났다.

근무시간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성별·학력에 관계없이 거부감이 가장 높은 일자리 조건이었다. 응답자의 75% 이상이 ‘근무시간이 잘 지켜지지 않는 회사에 취직하고 싶지 않다’에 ‘(매우) 그렇다’라고 응답했다(그렇다 53%, 매우 그렇다 22%).

성별로 보면 거부감을 표시한 여성이 80%에 이르러 남성 응답자보다 9.0%포인트 더 높았으며, 학력별로는 일반대 학생(77.3%)이 전문대 학생(73.9%)과 고졸 학력자(72.1%)보다 높은 거부감을 보였다.

불편한 통근 환경도 중요한 기피 조건이었다. 특히 서울 거주 응답자들의 19.1%가 '통근이 수월하지 않은 회사에 취업하고 싶지 않다'에 "매우 그렇다"라고 응답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선호도를 나타냈다. 그 밖에 인천과 경기도 각각 16.0%와 15.2%를 기록해 인구과밀 지역인 수도권 근로자들의 출퇴근 편의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나타낸다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막상 수도권 지역으로 취직을 하고 싶은지를 질문한 결과 절반 이상이 '그렇지 않다'라고 응답해 지역적 위치는 상대적으로 크게 고려되지 않는 요소로 나타났다.

4년제 대학생 "최소 244만 원 받아야 취업"


당연한 결과지만 ‘월급이 기대 이하인 회사’도 기피 일자리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급이 내가 생각하는 기준 이하라면 취업하고 싶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일반대학생 69%, 고졸 학력자 66%, 전문대 학생 62%였다.

다만 최소한으로 받고자 하는 임금 수준(유보임금)은 학력별로 달랐다. 학력이 높을수록, 기준 이하 월급에 대한 거부감이 클수록 유보임금이 높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유보임금이 가장 낮은 집단은 고등학교 졸업생 중 '월급이 기대 수준보다 낮아도 취업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집단으로 평균적으로 월 191만 원이었다. 반면 유보임금이 가장 높은 집단은 일반대학교 학생 중 '기준 이하 월급일 경우 취업할 의사가 없다'고 응답한 집단으로 월 244만 원을 마지노선으로 정했다. 학력이 높을수록, 기준 이하 월급에 대해서는 취업을 하지 않겠다는 거부감이 클수록 유보임금(최소한으로 받고자 하는 임금 수준)이 높게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청년들의 비정규직에 대한 거부감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별로 일반대 학생들은 64%가 비정규직으로는 취업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전문대는 56%, 고졸 학력자는 56%로 나타났다.

전공별로 보면 예체능 계열을 제외한 모든 계열에서 60% 이상의 응답자가 비정규직에 대한 거부감을 보였다. 의약, 자연, 공학계열의 경우 비정규직에 대한 거부감이 타 계열에 비해 더 높게 나타나며, 예체능 계열에서 비정규직 거부감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예체능 계열의 경우 프리랜서 근무 형태의 비중이 타 계열에 비해 높기 때문에 비정규직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주 5일 근무를 지키지 않는 회사들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 5일 근무가 아닌 경우 다른 조건들과 다르게 ‘취업하지 않겠다’에 ‘(매우) 그렇지 않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48%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중소기업, 근로 조건 개선 없으면 인력난 계속


99년 생은 곧 대한민국 산업의 중추가 될 나이대다. 이들의 직장 인식이 대한민국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조사 결과는 중소기업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평가다.

중소기업들이 앞서 언급된 5개의 근로조건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청년들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도 심화하고 있음을 이번 설문조사가 방증한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한 취업 포털 사이트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6곳은 계획된 필요인력을 모두 고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576곳을 대상으로 '2021 채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올해 채용을 진행한 516개사 중 63.4%가 “계획한 인원을 채용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것이다. 지난 2019년 동일한 질문에 대한 응답률 55.6%보다 7.8%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그 이유(복수응답)로는 '적합한 인재 없음'(56.6%), '지원자 모수 적음'(54.4%), '입사 직원 조기 퇴사'(18.3%), '합격자 입사 포기'(17.1%), '면접 등 후속 전형 불참'(16.8%) 등이 꼽혔다.

최수현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연구 대상이었던 '5가지 취업 기피 직장의 특징'은 퇴사 및 이직을 선택하는 사유로도 적용할 수 있다”며 “워라밸이 지켜지지 않는 근무환경은 청년들에게 있어 취업하지 않거나, 취업했더라도 이탈할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이유는 청년 기피 5대 일자리 조건을 모두 갖춘 일자리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중소기업의 취업률을 높이고 양질의 노동력이 중소기업에 공급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근무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분석 내용은 오는 15일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서 발간하는 동향지 'THE HRD REVIEW' 25권 1호 '조사‧통계 브리프'를 통해 발표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