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남부 마리우폴에서 지난 2일(현지시간) 구급대가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부상한 여성을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들것에 태우고 있다. 러시아군은 전략적 요충지인 마리우폴을 포위하고 무차별 폭격을 가해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2.3.4 [사진=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남부 마리우폴에서 지난 2일(현지시간) 구급대가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부상한 여성을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들것에 태우고 있다. 러시아군은 전략적 요충지인 마리우폴을 포위하고 무차별 폭격을 가해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2.3.4 [사진=AP 연합뉴스]
러시아가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동부 인구 40만명의 도시 마리우폴에서 민간인이 대피할 수 있도록 임시 휴전한다고 밝혔지만 현지 주민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마리우폴 거주민 알렉산드르(44)가 전한 현재 상황은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막심(27)이 마리우폴 조부모 아파트에서 촬영한 비디오 영상에도 이런 위험천만한 현장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영상이 보여준 마리우폴 도심지는 곳곳에 폭발로 인한 연기로 가득했다.

막심은 계획된 탈출 경로인 자포리자행 고속도로 역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사일 소리가 들리고 우리 주변 건물에서 연기가 나고 있다"며 "우리 아파트는 폭격을 피해 도망친 사람들로 가득 찼다"고 전했다.

막심은 특히 좌안 지구에서 온 사람들의 전언에 따르면 "거리에 시신들이 보이고 완전히 재앙 수준"이라고 말했다.

마리우폴에 가족을 둔 다른 지역 우크라이나인들도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였다. 케이트 로마노바(27)는 마리우폴에 갇힌 부모와 오전에 통화했는데 부모는 대피와 관련한 정보를 듣지 못했고 폭격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시내에 대피 정보를 알려주는 확성기가 있는데 사람들은 러시아 측이 흘린 가짜 정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이를 믿어야 할지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리우폴에는 물과 전기마저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CNN 보도에 따르면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상황이 매우 복잡하다. 러시아군은 이미 인도주의적 통로를 봉쇄했다. 우리는 많은 사회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모두 러시아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밝혔다.

보이첸코 시장은 "5일째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추위에 시달리고 있고, 마리우폴 공격 이후에는 저장용수 공급도 끊겨 현재 물 공급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도시를 포위하고 봉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들은 우리에게 필수품, 의약품, 심지어 이유식까지 배달하는 인도주의적 통로를 차단했다. 그들의 목표는 도시의 목을 조르고 견딜 수 없는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이첸코 시장은 또 "지난 5일 동안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8일째가 되자 수백명이 됐고, 이제 우리는 수천명이 숨질 수 있다는 예상치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수치는 더 나빠질 것"이라며 "사망자를 수습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보이첸코 시장은 "그들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의해 살해되는 것을 막기를 원한다고 말하지만 살인은 그들이 저질렀다"며 "우리의 용감한 의사들이 이곳에서 10일 넘게 생명을 구하고 있다. 그들은 그들의 가족들과 함께 병원에서 살고 자고 있다"고 했다.

보이첸코 시장은 인도주의적 통로를 이용한 대피가 취소됐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이 마리우폴을 떠날 수 있도록 휴전이 시작된 직후 잠시 폭격이 중단됐지만 러시아군이 다시 폭격 세례를 퍼붓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버스 50대에 연료를 가득 채웠고 휴전과 도로 개통으로 사람들을 대피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버스 수가 30대밖에 되지 않는다. 폭격을 피해 버스를 숨겼는데 거기서 10대를 잃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도주의적 통로가 내일이나 이후 개방된다면 우리에게는 사람들을 대피시킬 버스가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보이첸코 시장은 "도시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지금 유일한 과제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마리우폴로 가는 인도주의적 통로를 개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냥 버티고 있다"며 "내일 새벽녘에 작은 사람의 이슬이 도시 사람들에게 쏟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