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산불 10건 중 4건만 가해자 검거…솜방망이 처벌 반복
"원인 미상 산불 중 방화 가능성도…산불 범죄 등 체계적 관리 필요"


경북·강원 산림을 사흘째 초토화한 동해안 대형산불 원인이 어처구니없게도 토치 방화와 담뱃불 실화 등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산불 범죄 관리 체계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동해안 산불] '토치 방화·담뱃불 실화' 산림 1만3천여ha 초토화
해마다 산불로 막대한 산림과 재산이 잿더미가 되고 있으나 실화자 검거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검거하더라도 처벌 수위가 솜방망이 수준에 그쳐 산불 재앙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강릉시 옥계와 동해시 일대를 이틀째 불바다로 만든 옥계 산불은 60대 방화범이 토치로 낸 불이 발단이다.

이 남성은 토치 등으로 자택과 빈집에 불을 질러 인근 산림으로 옮겨붙게 내버려 둠으로써 대형산불의 빌미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남성에게 현주건조물방화, 일반건조물방화, 산림보호법 위반 등의 죄명을 적용해 구속 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이 남성의 어처구니없는 범행은 옥계와 동해 일대 87개 시설과 산림 1천850㏊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동해안 산불] '토치 방화·담뱃불 실화' 산림 1만3천여ha 초토화
이와 함께 경북 울진에서 강원 삼척으로 확산한 울진·삼척 산불의 원인은 단정할 수 없지만, 담뱃불 실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불은 보행로가 없는 왕복 2차선 도로 옆 배수로에서 처음 시작돼 산 위로 옮겨붙은 것으로 추정된다.

사흘째 이어진 이번 산불로 축구장(0.714㏊) 면적의 1만6천331배 해당하는 1만1천661㏊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산림 당국은 발화 시간대에 차량이 발화지를 지나간 상황을 파악 중이다.

하지만 담뱃불로 말미암은 산불의 경우 명확한 원인 규명이나 원인 제공자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6일 산림청에 따르면 2011∼2020년 1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474건의 산불 중 산불 원인 제공자(가해자) 검거 건수는 197명이다.

검거율은 41.7%다.

2020년에는 620건 중 246건만 검거해 39.7%의 검거율에 그쳤다.
[동해안 산불] '토치 방화·담뱃불 실화' 산림 1만3천여ha 초토화
산림보호법 상 산불 가해자는 최고 징역 3년 또는 3천만 원의 처벌을 받는다.

산불 가해자를 검거하더라도 방화 등 고의가 아닌 과실범 또는 초범, 고령인 경우는 대부분 약한 처벌에 그친다.

2019년 4월 축구장 면적의 1천765배에 달하는 산림 1천260㏊를 잿더미로 만든 강릉 옥계 산불은 주민이 기도를 드리는 신당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발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경찰은 신당 관리자를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으나 처벌 여부는 불분명한 상태다.

또 같은 해 4월 인제 산불 역시 잡풀을 태우다 축구장 면적의 483배에 달하는 산림을 잿더미로 만든 혐의로 90대 노인이 재판에 넘겨졌으나 첫 재판도 열지 못한 채 사망해 '공소권 없음' 종결처리됐다.
[동해안 산불] '토치 방화·담뱃불 실화' 산림 1만3천여ha 초토화
특히 전신주의 특고압 전선이 끊어지면서 발생한 그해 4월 고성산불은 경찰과 검찰이 1년에 넘게 수사한 끝에 한전 전·현직 직원 7명을 업무상 과실 등의 혐의로 법정에 세웠다.

하지만 2년 가까이 이어진 1심 재판 결과 지난달 모두 무죄 판결이 났다.

전선이 끊어져 산불이 발생한 점은 인정되나 업무상 과실로 인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산불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경찰 관계자는 "산불 수사는 증거 확보가 어려울뿐더러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재판에 넘겨도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며 "처벌 역시 벌금이나 금고형의 집행유예 등으로 비교적 가볍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산불 중 적지 않은 사건은 정신질환자 등에 의한 방화 가능성도 있다"며 "방화 등 강력범죄 출소자나 마을 내 갈등 관계자의 유사 범죄 가능성 등을 체계적 관리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