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도 기업 임원 '러브콜'...석박사,기자,변호사도 의원 보좌관 노크
몇년전 인기 드라마 '보좌관'은 주인공 장태준 보좌관(이정재 분)이 함께 모셨던 의원의 죽음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해 결국 의원 뱃지를 달면서 펼쳐지는 국회의원 보좌관의 세계를 그렸다. 과거 정치인이 되기 위한 길 가운데 하나는 의원보좌관이 되는 것이었다. 유시민 전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보좌관이었고, 유은혜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김근태 전 의원의 보좌관이었다. 때문에 모시던 의원의 진로 여부가 보좌관의 앞날을 좌우하기도 했다.

이한수 보좌관(국민의 힘 유경준의원)은 "국회 상임위가 점차 전문화 되면서 보좌관도 전문화 되고 있다"며 "3선·4선 의원은 많지 않지만 10년~20년 롱런 하는 보좌관은 오히려 늘고 있다"고 말했다. 모시던 국회의원이 바뀌어도 보좌관은 안바뀐다는 뜻이다. 이 보좌관은 "국회의원 보좌관은 국회 밖 사회에서는 찾기 어려운 전문성이 있다"며 "과거에는 오로지 정치인이 되기 위한 보좌관이었다면, 지금은 직업인으로서 보좌진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의원 보좌관의 진로도 다양해 지고 있다. 최근에는 대기업들은 의원 보좌관을 앞다퉈 영입하기도 한다. 각종 입법과정에서 의원보좌관만큼 국회를 잘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IT 유니콘기업이 늘면서 법을 아는 의원보좌관의 인기는 더 치솟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선거와 보궐선거를 앞둔 선거의 계절. 의원보좌관 10년차인 이한수 보좌관을 통해 '의원 보좌관의 세계'를 살펴봤다.

▶국회의원 한명 사무실에는 보좌관이 몇명이나 되는가
"국회의원 한명은 4급 보좌관(2명:여의도,지역구) 5급 비서관(2명), 6급,7급,8급, 인턴 등 9명 직원을 둘 수 있다. 다만, 국회의장은 1급 상당 수석비서관 3명, 2급 3명, 2~3급 1명, 3급 2명, 4급 2명, 5급 3명, 6급 2명, 9급 행정보조 요원 9명을 둘 수 있다. 국회 부의장도 1급,3급 비서관을 추가로 두고 있다."
▶명칭은 다 비서관 인가
"올해 4월부터 바뀌는 국회법에 따라 보좌관(4급), 선임비서관(5급), 비서관(6~9급)으로 명칭이 바뀐다. 국회의원 보좌진들의 요구를 국회가 수용한 것이다."
▶의원 보좌관의 업무는 직급별로 어떻게 다른가
"4급은 의원을 도와 비서실을 총괄한다, 5급은 베테랑급 실무진이다. 6~7급은 수행·행정비서다. 행정비서는 정치자금 회계를 담당하는 사람이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당선이 취소되기도 하기 때문에 전문영역이다. 밖에서 전문가를 찾기도 힘들다. 때문에 9급 비서 가운데는 행정비서 업무를 배워서 전문가의 길을 걷기도 한다. 나름 괜찮다. 수행비서는 운전·의전을 돕는게 주된 임무로 국회의원실에서는 점차 그 역할이 줄고 있는 추세다. 효율을 중시하는 국회가 되고 있다는 증거다."
▶의원 보좌관은 어떻게 뽑나
"대한민국 국회 홈페이지 카테고리 가운데 '의원활동'에 들어가면 '의원실 채용'공고란이 있다. '000의원실' 9급비서채용 등 각종 채용공고가 항시 떠 있다."
▶채용 공고가 항상 떠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의원 보좌관은 공무원의 대우를 받지만 일의 특성상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존중되기 힘들다. 휴일이라고 국회가 쉴수 없다. 대기업의 '9-6(9시출근,6시퇴근)'이 안지켜질 확률이 굉장히 높다. 국정감사, 법안심사 등 정기국회 기간에는 밤늦도록 일을 해야 한다. 때문에 워라밸을 중시하는 MZ세대들 가운데는 힘겨워해 버티지 못하고 타가는 경우가 많다."
▶의원 보좌관을 뽑을때는 국회사무처 직원 채용처럼 시험이 있나
"필기시험은 없다. 다만, 4급 총괄 보좌관이 채용시 서류를 검토해서 올리면 국회의원이 최종면접을 통해 선발한다. 간혹 필기시험을 보기도 한다. 직급이 높을수록 국회 경력자를 찾는 비중이 높다. 최근에는 관련분야 석·박사, 변호사, 기자 등 능력자들의 지원도 많다."
30대도 기업 임원 '러브콜'...석박사,기자,변호사도 의원 보좌관 노크
이한수 보좌관이 보좌관이 된 것은 2010년 당시 한나라당 정책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것이 계기였다. 이 보좌관은 "제가 낸 정책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곳이 국회라는 것을 알고 여기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후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 졸업후 KDI출신의 이종훈 전 의원 사무실에서 인턴으로 첫 발을 시작했다. 2012년 그 때 비서실 의원 첫 월급이 120만원. 모 금융공기업에도 합격을 했는데, 어머니는 뭐하려고 힘든 일을 자처하냐고 반대하셨다고 한다.

▶국회의원실 인턴으로 첫 발을 내딛었는데, 인턴은 무슨 일을 하나
"1~2년 인턴 시절에는 흔히 기업의 막내들이 하는 일을 한다. 복사하기·커피타기·신문스크랩을 많이 했다. 모시는 의원의 관심분야와 상임위 등 섹션별로 모든 조간신문 스크랩북을 만들어 보좌관과 의원에게 한부씩 올려놔야한다.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했다. 사설도 챙겨야 한다. 처음에는 서툴었지만, 반복하다보니 2시간이내 마칠수 있었다."
▶인턴후에는 9급이 되는건가
"비서관은 9급, 6급, 5급, 4급 등 순서대로는 승진 하는게 아니다. 9급으로 있다가 운이 좋으면 한달만에라도 6급이 될 수 있다. 갑자기 TO가 생기거나, 의원을 스타로 만드는 비서라면 능력에 따라 점프도 가능하다. 나도 운이 좋았다. 5급 비서관이 잘 가르쳐줬는데 그 분이 현대기아자동차그룹에 스카웃 되면서 6급으로 점프했다."
▶그럼 6급에서 5급으로 승진은 얼마나 오래 걸렸나
"19대 국회 대부분을 6급으로 활동했다. 마지막 국회 두달을 남겨두고 5급을 달았다. 아무리 일을 잘해도 좋은 상사를 만나야 승진을 빠르게 할 수 있다."
▶보좌관의 임금은 국회 공무원 수준으로 받는가
"4급 보좌관은 공무원 4급 상당 21호봉을 받는다. 연봉으로 하면 8750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가족수당, 명절휴가비 등이 추가된다."

이한수 보좌관은 5급 비서관 시절, 남경필 경기도지사 정책보좌관의 경험도 가졌다. 보좌관으로 도지사 선거를 치뤄보는 값진 경험을 했다. 하지만, 남 전 지사가 패배하면서 다시 국회로 컴백했다. 이 보좌관은 "청와대를 비롯해 서울시, 경기도 등 지자체 정무직 공무원으로도 갈 수 있는 길이 넓은 게 의원 보좌관"이라고 말했다. 이 보좌관은 국회로 돌아온 후 김순례 의원실에서 비서관 업무를 하던 중 수도권 총선캠프에 지원했다. 21대 총선에서 승리한 공로를 인정 받아 4급 보좌관으로 승진했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대선경선에서 유승민 후보 캠프의 정책팀장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의원 보좌관으로 진로를 생각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워라밸을 생각한다면 안 오는 게 좋다. 언제 무슨 일이 터질 지 모르는 곳이 국회의원실이다. 하지만, '하이리스크'가 있는 만큼 '하이리턴'도 있다. 오로지 국회에서만 경력을 쌓을 수 있다는 장점과 30대라도 기업 임원으로 콜을 받을 수 있다. 야망이 있는 사람에게는 적합한 직업이라는 뜻이다."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사회 전반에 대한 인사이트가 있어야 한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요리를 내 놓을 수 있어야 한다. 정치인의 입에서 어떤 단어가 나오는가에 따라 언론에 회자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기자출신들이 적합할 수 있다."
▶의원실의 주된 업무는 뭔가
"국회의원의 제1 업무는 법안개정이다. 두번째는 9~10월 국정감사다. 상임위에서 의원이 장관을 상대로 질의서를 작성하는 것도 보좌관의 주된 업무다. 요즘은 자료의 시각화가 중요해 PPT뿐아니라 유튜브 영상,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다 올린다. 소셜미디어를 다루는 인력이 한명 정도는 의원실에 있다. 영상 컨텐츠에 대한 수요가 많아 올해부터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탑재된 컴퓨터 3대를 의원실에 제공한다고 들었다."
▶9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름 휴가도 못갈 것 같다
"보통 휴가는 7말8초에 간다. 국회도 그때는 쉰다. 휴가 가기전 각 부처에 자료를 요청한다. 국감을 앞두고는 거의 매일 밤샘이다. 질의서를 수정하고 부처 공무원과 끊임없이 티격태격한다."
▶보좌관들 사이에 인기 있는 상임위가 있는가
"산자위(R&D), 정무위(금융위,공정거래위)와 최근 ESG가 이슈가 되면서 환노위도 인기를 끌고 있다."
▶국회내 보좌관들의 모임도 있나
"국민의 힘내 대구·경북 보좌관들의 모임인 '보리모임'이 크다. 최근에는 인턴부터 시작한 보좌관들의 모임인 '인보협'이란 단체가 생겼다. 규모가 상당하다. 출신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동문모임, 동갑내기 띠모임도 많다. 각 당마다 '보좌진 협의회'를 두고있다. 특히 보좌진협의회 회장선거는 선거 전문가들끼리의 선거다 보니 경쟁도 치열하다. 고대법대출신이 많아서 '고대법대모임'도 있다."
30대도 기업 임원 '러브콜'...석박사,기자,변호사도 의원 보좌관 노크
이 보좌관은 "서울대 출신이 아니면 4급 보좌관이 못 될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도 아니다"고 했다. 경제·부동산정책 전문가인 이 보좌관은 "국회가 전문화되면서 학벌보다는 전문성을 중요시하고 있다"며 "주택,환경,제약 등 전문성있는 보좌관이 점차 대접을 받고 있다"고 했다. 올해 38살의 젊은 이한수 보좌관은 "지금 보좌하고 있는 유경준 의원이 장관 등 정치적으로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당장의 목표"라면서 "경제학자출신 의원으로부터 배우는 점이 더 많아 일에 보람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