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 이후 인플레이션 우려가 글로벌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베이비 스텝(3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약속하면서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엔 지정학적 위기와 물가를 고려해 금리 인상폭을 확대할 수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국제 유가는 9년 만에 110달러 선을 돌파했고, 알루미늄 석탄 소맥 대두 등 주요 원자재는 신고가를 경신했다. 시장은 미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7.9%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982년 1월 이후 최고치다.

인플레이션이 글로벌 증시의 뇌관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최근 중국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피난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다르게 CPI와 금리 등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온 데다 지난 4일 개막한 양회(兩會)에서 나올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인플레 피난처'로 뜨는 中 증시…낙폭 과대 성장주·인프라주 관심

중국, 인플레이션의 피난처?

중국이 인플레이션의 피난처로 지목되고 있는 이유는 안정적인 물가 수준과 지급준비율 인하 정책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CPI 상승률은 0.9%에 불과했다.

중국은 지난해 말부터 기준금리와 지준율을 인하하는 등 경기부양 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지 않도록 적극 개입하고 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지난해부터 물가가 오르지 않게 잘 관리해왔고 최근엔 금리 인하 등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며 “투자자 사이에서 이런 점이 주목받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난 5일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로 5.5%를 제시했다. 시장 예상치(5.0%)보다 높은 숫자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2000년 이후 발표한 경제성장률 목표를 무난히 달성해왔다”고 말했다.

시장 예상치보다 높은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발표되면서 이번 양회에서 적극적인 경기부양 정책이 발표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전 연구원은 “미국 주식시장 대비 유동성 환경이 개선되고 있고 지난해부터 주가가 충분히 조정된 만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부담도 덜어낸 상태”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와 소비부양, 부동산 완화 정책 등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도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정책이 발표되면 글로벌 투자자의 중국 증시 선호도가 상향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전 연구원은 “올해 중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경기 부양 정책을 내놓으면서 중국 증시 환경도 변화할 것으로 본다”며 “미국 주식시장 대비 유동성 환경이 개선되고 있고 지난해부터 주가도 충분히 조정된 만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부담도 덜어낸 상태”라고 말했다.

마크 모비우스 모비우스캐피털 창업자도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서방세계와 러시아 간 분쟁에서 한 발 비켜나 있는데다 다른 나라들과는 다르게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중국은 안전한 피난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낙폭 과대 성장주·인프라 투자주 주목”

증권가에선 특히 중국의 낙폭과대 성장주를 주목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금리 및 지준율 인하 등으로 유동성이 높아지는 것은 성장주에 긍정적인 신호다. 5G·스마트시티 등 인프라 투자 업종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는 조언이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중국 인프라와 제조업 투자는 전년 대비 7~10% 증가할 전망”이라며 “신형 인프라 투자 분야와 동서 균형발전 관련주 등이 주목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침체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중국 부동산 경기, 코로나19 상황 등은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동계올림픽 기간 코로나19 감염자 수를 엄격하게 통제해왔기 때문에 오히려 감염자 폭증 후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 다른 국가보다 팬데믹 극복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 전 연구원은 “올 2분기 중 중국 내에서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급격히 확산된다면 선진국 대비 경제 정상화 속도가 6~12개월가량 늦어질 수 있다”고 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