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글동글 화사한 꽃들…"볼때마다 행복하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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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대화, 중간색의 향연'
따뜻한 중간색 표현한 25점
풍경화 그리다 꽃집 들렸던 순간
고운 색에 눈이 확…마음 빼앗겨
배경 단순화·역원근법 도입
현대적 미니멀리즘 추구해
![서울 중림동 한경갤러리에 전시된 김명숙 작가의 200호짜리 대작 ‘인상(印象)’. 김범준 기자](https://img.hankyung.com/photo/202203/AA.29160311.1.jpg)
이번 전시에서는 꽃을 부드럽고 따뜻한 중간색으로 표현한 근작 25점을 선보인다. 김 작가는 “꽃의 모양과 색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저마다의 매력이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며 “다양한 꽃이 모여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듯 각자의 개성을 지닌 사람이 모여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49세이던 2004년 첫 개인전을 연 ‘늦깎이 화가’다. 그동안 개인전과 초대전 등 단독 전시만 11차례 열었고 국내외 단체전, 아트페어 등에도 활발하게 참여했다.
풍경화를 주로 그리던 김 작가는 10여 년 전 어느 날 꽃집에 갔다가 꽃의 고운 색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는 “풍경화를 그리며 비슷비슷한 색만 쓰고 있었는데 눈이 확 트였다”며 “그 길로 작업실에 돌아와 꽃을 그렸다”고 했다. 이렇게 시작한 꽃 그림은 그릴수록 그 모양이 동글동글해지고 단순해졌다.
“벽에 사진을 걸어 놓으면 처음에는 자세히 들여다보지만 그다음부터는 눈길이 잘 안 가잖아요. 사실적인 그림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그려서 걸어 놓으면 뿌듯하고 좋지만 감동은 없어요. 그런데 제가 해석한 대로 꽃을 단순하게 바꿔 그렸더니 자꾸만 다시 그림을 들여다보게 되더군요. 제 그림을 소장한 분들도 ‘시간과 보는 사람, 기분에 따라 다른 꽃으로 보여서 볼 때마다 행복감이 든다’고 합니다. 대상을 단순히 재현하는 대신 감상자의 상상력을 자극한 덕분이지요.”
아름다움을 보다 잘 전달하기 위해 단순화를 택했다는 점에서 김 작가의 그림은 인상주의 화풍과도 일맥상통한다. 작품 제목이 인상주의를 연상시키는 ‘인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한 형태의 조형미는 중간적 색감 덕분에 더욱 두드러진다. 김 작가는 “현대적인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며 “꽃을 재현한다는 본질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그림을 더 단순하게 그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배경을 단순화하고 구도에 확대원근법(역원근법)을 도입한 것도 그림에 편안함을 더하는 요인이다. 김 작가의 그림이 조선 시대의 친근한 민화를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신항섭 미술평론가는 “김명숙의 세련된 그림은 감정을 순화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조형미와 색상, 일상의 가구 등이 어우러져 새로운 미적 감동을 준다”고 평했다. 김 작가는 “코로나로 지친 이들이 그림을 보며 마음을 치유하고 행복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이달 31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