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기 칼럼] 죽고 싶은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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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우울증은 살 수 있다는 증거야
우울증은 살 수 있다는 증거야
잔인하고 폭력적인 부모의 싸움을 보고 자라면서, 수시로 죽음을 생각하고 몇 번씩 자살을 하려고 했다는 어느 여성의 강의를 들으며, 안타깝기도 했고 슬프기도 했다. 요즘도 아빠 엄마가 자주 다투는 걸 보면서 나쁜 생각을 하지만, 더 이상 죽을 마음은 없다고 하는 결론을 들으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우울한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필자도 힘든 경우가 많았고 우울해서 괴로운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돈과 빚 때문에 힘들기도 하고, 부모간의 갈등과 형제간의 다툼을 보면서 짜증도 나고 도망가고 싶은 적이 있을 것이다.
아버지를 죽이고 엄마와 사랑을 나누는 작은 아버지를 죽이고 싶었던 햄릿의 갈등이나 여동생과 잠자리에 누워 있는 남편을 죽이지 못하고 온 몸에 쇠못을 박은 프리다 칼로의 마음을 어찌 이해할 수 있을까? 그래서 “가족은 힘도 되고 짐도 된다.”고 했던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능력과 사고 방식을 가질 수 있는 존재 역시 인간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고난과 절망을 극복할 수 있는 거다.
그 방법 중에 하나가 “현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미래의 꿈을 갖는 것”이다. 안개처럼 피어 오르는 “막연한 희망”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향해 잔인할 정도로 노력하는 거다.
필자가 공고를 졸업하고 공장에서 일을 할 때, 날마다 야근을 하고 수시로 철야를 하면서 자동차를 만들었다. 코피를 흘리면서, 온몸의 땀을 닦을 틈도 없이 공부를 했다. 목표는 대학을 가는 거였다. 다른 건 생각하지 않았다.
IMF 당시, 회사를 그만두고 우연히 강의를 시작했을 때, 목표를 새롭게 설정했다. 영어로 강의를 하고, 좋은 책을 번역해 보는 거였다. 날마다 영자 신문을 읽고 사전을 찾으며, 강의 주제에 관한 원서를 읽고 요약해서 대학 강의교안을 만들고, 3권을 번역했다.
쉽고 재미있게 진행하는 강의도 하고 싶었지만, 그런 재능은 부족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아예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아무도 따라 할 수 없는 강의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대학과 기업체, 경영자 단체 등에 강의를 한지 15년이 지날 때쯤, 코로나가 왔다. 강의가 줄어들고 교육과 세미나가 취소되면서 시간이 남아 돌았다. 잠시 우울했지만, 참을 만 했다. 소설을 썼다.
세계적인 바이러스 위기가 닥쳤다고 하면서 “정신적 건강의 위기(Mental Health Crisis)”가 왔다고 하는 와중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독일과 스위스를 비롯한 유럽이 러시아 푸틴의 목을 조이고 있다. 전 세계인들이 반발하면서 러시아 내에서도 반전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또 다른 위기다. 바로 이 때, 또 다른 꿈과 희망을 생각해 본다.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하기로 했다. 우울할 틈이 없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기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그녀의 우울한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필자도 힘든 경우가 많았고 우울해서 괴로운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돈과 빚 때문에 힘들기도 하고, 부모간의 갈등과 형제간의 다툼을 보면서 짜증도 나고 도망가고 싶은 적이 있을 것이다.
아버지를 죽이고 엄마와 사랑을 나누는 작은 아버지를 죽이고 싶었던 햄릿의 갈등이나 여동생과 잠자리에 누워 있는 남편을 죽이지 못하고 온 몸에 쇠못을 박은 프리다 칼로의 마음을 어찌 이해할 수 있을까? 그래서 “가족은 힘도 되고 짐도 된다.”고 했던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능력과 사고 방식을 가질 수 있는 존재 역시 인간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고난과 절망을 극복할 수 있는 거다.
그 방법 중에 하나가 “현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미래의 꿈을 갖는 것”이다. 안개처럼 피어 오르는 “막연한 희망”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향해 잔인할 정도로 노력하는 거다.
필자가 공고를 졸업하고 공장에서 일을 할 때, 날마다 야근을 하고 수시로 철야를 하면서 자동차를 만들었다. 코피를 흘리면서, 온몸의 땀을 닦을 틈도 없이 공부를 했다. 목표는 대학을 가는 거였다. 다른 건 생각하지 않았다.
IMF 당시, 회사를 그만두고 우연히 강의를 시작했을 때, 목표를 새롭게 설정했다. 영어로 강의를 하고, 좋은 책을 번역해 보는 거였다. 날마다 영자 신문을 읽고 사전을 찾으며, 강의 주제에 관한 원서를 읽고 요약해서 대학 강의교안을 만들고, 3권을 번역했다.
쉽고 재미있게 진행하는 강의도 하고 싶었지만, 그런 재능은 부족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아예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아무도 따라 할 수 없는 강의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대학과 기업체, 경영자 단체 등에 강의를 한지 15년이 지날 때쯤, 코로나가 왔다. 강의가 줄어들고 교육과 세미나가 취소되면서 시간이 남아 돌았다. 잠시 우울했지만, 참을 만 했다. 소설을 썼다.
세계적인 바이러스 위기가 닥쳤다고 하면서 “정신적 건강의 위기(Mental Health Crisis)”가 왔다고 하는 와중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독일과 스위스를 비롯한 유럽이 러시아 푸틴의 목을 조이고 있다. 전 세계인들이 반발하면서 러시아 내에서도 반전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또 다른 위기다. 바로 이 때, 또 다른 꿈과 희망을 생각해 본다.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하기로 했다. 우울할 틈이 없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기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