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진 농수산식품유통公 사장 "새만금에 곡물 저장고 세워 식량안보 강화"
“우크라이나 사태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새만금 일대에 곡물 저장고를 세우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비축하면 식량 위기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사진)은 6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한국의 곡물 자급률은 20.2%에 불과해 식량 수급 차질에 따른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는 15일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진행한 이번 인터뷰에서 그는 식량안보, 식품 수출 확대 등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김 사장이 지난 1년간 가장 신경을 기울인 것은 ‘식량안보’ 문제다. 기후변화와 코로나19로 인한 수출 제한 때문에 국제 곡물 가격이 크게 오르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김 사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수입하는 밀과 옥수수, 콩은 전체 수입량의 10%에 해당한다”며 “단기간은 문제가 없지만 장기화할 경우 곡물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이 국제 곡물 가격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 것은 곡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곡물 자급률은 1970년 80.5%에서 2020년 20.2%로 떨어졌다. 곡물 수급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주로 자급률을 높이는 방안이 제시되지만 김 사장은 그것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보고 있다. 국토 면적이 좁아 경작지를 늘리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곡물을 직접 생산하는 것과 확보한 수입처를 포괄하는 개념인 곡물 자주율을 높이는 게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새만금을 주목한 것도 수입 곡물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김 사장은 “중국과 일본은 적게는 2개월에서 많게는 1년치 곡물을 수입해 저장한다”며 “우리도 새만금에 이 같은 곡물 저장고를 마련해 수급 변동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새만금 항만을 건설할 때 곡물 벌크선이 접안할 수 있는 부두를 만들고, 배후지나 수중에 곡물 저장고를 건설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공공비축을 위한 물류·저장시설과 제분·착유 등 식품 가공공장을 집적해 수급 안정과 함께 동북아 식량 허브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aT는 올해 예산을 활용한 연구용역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업성과 현실성 등을 폭넓게 평가해 새만금항 1차 완공 전까지 구체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농식품 수출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는 미국에서 ‘김치의 날’을 제정하고 있는 것을 언급했다. 김 사장 취임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버지니아·뉴욕주 등이 김치의 날을 제정하고 한국이 김치의 종주국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조지아·뉴저지주도 김치의 날 제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김 사장은 “김치는 K푸드 대표 식품”이라며 “김치의 날 제정이 김치 수출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K푸드 전체를 홍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