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탈석탄 기조를 이어오던 유럽 국가들이 다시 석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다. 천연가스 대체재인 석탄 가격은 14년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석탄으로 눈 돌리는 유럽…가격 14년來 최고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호주 뉴캐슬 발전용 석탄 가격은 올해 들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지난 2일에는 t당 446달러까지 오르면서 2008년 이후 최고가를 찍었다. 석탄 가격은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하더니 2주 만에 65% 상승했다.

세계적인 탈탄소 흐름으로 외면받던 석탄 시장이 때아닌 호황을 맞이한 것은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대체재로 석탄을 찾고 있어서다. 탈원전을 외치며 천연가스에도 부정적이던 독일은 2030년에 폐쇄될 예정인 석탄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안나레나 베어복 독일 외무장관은 “석탄 사용 확대는 독일이 우크라이나와의 연대에 따라 지불할 대가”라고 말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며 폐쇄된 석탄발전소를 재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너지의 65%를 석탄에 의존하는 폴란드는 호주에 석탄 수출을 긴급 요청했다. 원자재 무역업체 아프리칸소스마켓은 “지난 몇 주 동안 남아프리카와 미국 컬럼비아 등에서 유럽으로의 석탄 수출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러시아가 주요 석탄 수출국이라는 점이다.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대체재로 석탄이 주목받고 있지만 석탄 시장의 공급 사정도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석탄 의존도는 40% 이상에 달한다. 석탄 가격이 당분간 오름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리스타드에너지에 따르면 지난해 전년 대비 18% 늘어나며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선 유럽의 석탄 발전량은 올해 우크라이나 사태로 11% 더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리스타드에너지는 “유럽의 풍력 및 수력 발전이 지난해 각각 4%, 1% 줄어드는 등 신재생에너지의 효율이 낮은 수준”이라며 “석탄은 향후 몇 년간 유럽의 중요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