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HSBC 위민스월드챔피언십의 또 다른 주인공은 완벽한 부활을 알린 전인지(28·사진)였다. 싱가포르의 센토사GC 탄종코스(파72)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내내 리더보드 상단에서 우승 경쟁을 이어간 그는 최종 라운드에서 3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로 이민지(25·호주)와 함께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우승자 고진영(27)과는 2타 차였다.

전인지는 LPGA투어 통산 3승 보유자다. 2012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화려하게 등장해 2016년 LPGA투어 신인왕과 최저타수상을 휩쓸며 대세로 자리잡았다. US여자오픈, 에비앙챔피언십 등 큰 대회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며 ‘메이저 퀸’으로 불렸다. 하지만 2018년 이후 우승 소식이 끊기며 슬럼프가 시작됐다. 그는 올해 초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잘하고 싶은 마음과 주변의 기대 때문에 스스로 높은 기준을 세워놓고 그걸 채우지 못해 자책하는 마음이 큰 시기였다”고 했다. 골프를 접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는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조금씩 부담감을 덜어내며 골프의 즐거움을 되찾았다. 지난 시즌 우승은 없었지만 톱10에 아홉 차례나 들며 샷감을 되살렸다.

올 시즌 세 번째로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전인지는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지난 5일 3라운드에서는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몰아치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컨디션은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3라운드를 마친 뒤 “지난 이틀 동안 목에 담이 들어 기권을 고민할 정도로 고생했다”며 “1라운드 때는 기권까지 생각했는데 3라운드가 끝나고 나니 좋은 위치에 와 있었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챔피언조로 최종 라운드에 선 전인지는 시종 침착한 플레이로 우승 후보 자리를 지켰다. 후반 들어 같은 조의 고진영이 버디를 몰아치는데도 자신의 페이스를 지켰고, 공동 2위로 올 시즌 최고 성적을 올렸다. 3, 4라운드 동안 버디를 10개 잡고 보기는 1개로 막았다. 올해로 정규투어 데뷔 10년을 맞은 전인지는 “올 시즌을 앞두고 부담감을 내려놓고 마음이 아주 편해졌다. 매 홀, 매 과정을 즐겁게 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