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보급률 100%?…살고 싶은 집 공급해야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공공임대주택 대부분 소형…공실로 이어져
주거의 질 높이기에도 신경써야
공공임대주택 대부분 소형…공실로 이어져
주거의 질 높이기에도 신경써야
매달 우리나라의 고용시장 현황을 알 수 있는 통계청의 ‘고용동향’ 지표가 발표됩니다. 이를 두고 정부와 경제학자들 간의 논쟁이 끊이지 않습니다. 고용동향을 해석하는 정부와 전문가들의 견해가 크게 갈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판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는 경제학자들이지만 최근 고용통계에 대한 점수는 박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핵심은 취업자 수는 역대 최대로 증가했지만 고용의 질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입니다. 전일제환산(FTE: Full Time Equivalent) 취업자를 연구한 한 경제학자에 의하면 정부 발표보다 76만1000명이나 취업자 수가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경제학자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일자리는 10만 개가 순증하는 연관성이 있는데, 정부가 홍보하는 것처럼 전년 대비 일자리가 100만 개씩 증가하는 상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단기 아르바이트와 노인 일자리만 증가했다는 지적은 정부가 고용의 양적 개선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가를 의심하게 됩니다.
숫자 부풀리기가 되었건 양적 개선에만 신경을 썼던 정부의 정책지표가 숫자 늘리기에만 매몰되는 건 현 정부 들어 제기되는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정책지표란 신뢰성과 타당성이 있어야 하며 실제 정책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공인된 지표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정책의 방향성과 효과를 검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선 현재는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개발이 중요합니다.
부동산 부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2002년 말 주택보급률이 100%에 도달했다는 정부의 발표와 함께 시작된 주거의 질에 대한 지표개발이 현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주거복지라고 표현하지만 단순하게는 주거의 안정성과 주거비 부담 정도로 이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주거의 질에 대한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당국의 입장은 진정 주택수요자를 위하는 건지 의심됩니다.
10여 평의 임대주택을 방문한 대통령은 4인 가족은 충분히 살 수 있겠다는 표현으로 국민들을 당혹하게 만들었고, 집권 여당의 의원들은 공공임대주택을 찾아 주거의 질이 눈에 띄게 좋아 보인다고 국민들의 쓰라린 가슴에 대못을 박았습니다. 본인들은 강남권역의 대형 신축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임대주택으로도 주거의 질을 마련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는 내로남불의 발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국민을 계몽시켜야 할 대상으로 여기며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을 참으라는 강요에 불과합니다. 여권 대선후보의 임대차3법에 대한 인식도 유사합니다. 문제가 있긴 하지만 제도를 다시 고치는 것보다 적응하는 것이 낫다라는 발언도 이런 일방통행식 정책에 기인한다고 봅니다. 정부의 일방통행식 주택정책에 의해 임대주택은 숫자 부풀리기의 희생양이 되고 있습니다. 주거의 질 개선이 최우선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임대주택에 대한 정부의 생각은 별로 바뀌지 않았습니다. 2020년 입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2021년 비어있는 공공임대주택 가운데 98%가 전용면적 50㎡(약 15평) 미만 소형주택으로 드러났습니다. 대통령이 방문해 홍보했던 동탄신도시의 임대주택도 1년이 지난 시점까지도 입주자를 찾지 못해 공실인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정부는 소형주택 위주로 공급을 대폭 늘렸지만 정착 수요자들의 선호는 없었던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을 목표치보다 초과 달성했다고 자화자찬합니다.
전체 임대주택 공실은 3만3000 채가 넘는다고 합니다. 공공임대주택의 숫자 부풀리기가 가져온 참상입니다. 주택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주택을 100 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쪼개고 또 쪼개서 150채의 원룸과 고시원 수준의 비선호 주택을 공급하는 겁니다. 공급물량 확대가 아니라 실제로 국민이 살고 싶은 집을 공급하는 것이 주거의 질을 개선하는 첫걸음인데도 말입니다.
국민을 월세로 내몰고 있는 것은 더 심각합니다. ‘전세의 월세화’가 심화되면서 임차인들의 주거 여건은 열악해지고 있습니다. 서울의 월세 비중은 40%를 넘어섰으며 월세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10.5%나 올랐습니다. 강남권보다 강북권의 상승률이 3배나 높습니다. 중산층과 서민들의 피해가 불을 보듯 뻔합니다. 그나마 서울에서 이동하면 다행이지만 임대차 비용이 늘면서 경기도나 인천 등으로 탈서울하는 인구들도 늘어나는 중입니다. 작년 서울을 빠져나간 인구는 10만명이 넘습니다. 탈서울을 택한 수요자의 37.6%가 주택문제였습니다. 무주택자들이 점점 더 외곽으로 밀려나 자연스러운 인구 분산이 아닌 시장 불균형이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공공임대주택은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형주택이 공실인 이유는 주거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최근 3기 신도시 사전분양 중 신혼희망타운에서 대거 미달사태가 발생한 것도 10년을 거주해야 하는데 방 2개의 소형주택은 선호하지 않는다는 방증입니다.
주거의 질을 측정할 수 있는 복잡한 지표를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주택수요자들이 원하는 주택을 원하는 지역에 공급하는 것이 최고의 주거복지 정책입니다. 숫자 늘리기에 매몰되고 국민을 계몽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각으로는 절대로 주거복지 선진국을 만들 수 없습니다. 공공임대주택 비중을 OECD 평균으로 높이겠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정부는 본인들도 살고 싶은 주택을 공급했으면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핵심은 취업자 수는 역대 최대로 증가했지만 고용의 질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입니다. 전일제환산(FTE: Full Time Equivalent) 취업자를 연구한 한 경제학자에 의하면 정부 발표보다 76만1000명이나 취업자 수가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경제학자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일자리는 10만 개가 순증하는 연관성이 있는데, 정부가 홍보하는 것처럼 전년 대비 일자리가 100만 개씩 증가하는 상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단기 아르바이트와 노인 일자리만 증가했다는 지적은 정부가 고용의 양적 개선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가를 의심하게 됩니다.
숫자 부풀리기가 되었건 양적 개선에만 신경을 썼던 정부의 정책지표가 숫자 늘리기에만 매몰되는 건 현 정부 들어 제기되는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정책지표란 신뢰성과 타당성이 있어야 하며 실제 정책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공인된 지표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정책의 방향성과 효과를 검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선 현재는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개발이 중요합니다.
부동산 부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2002년 말 주택보급률이 100%에 도달했다는 정부의 발표와 함께 시작된 주거의 질에 대한 지표개발이 현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주거복지라고 표현하지만 단순하게는 주거의 안정성과 주거비 부담 정도로 이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주거의 질에 대한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당국의 입장은 진정 주택수요자를 위하는 건지 의심됩니다.
10여 평의 임대주택을 방문한 대통령은 4인 가족은 충분히 살 수 있겠다는 표현으로 국민들을 당혹하게 만들었고, 집권 여당의 의원들은 공공임대주택을 찾아 주거의 질이 눈에 띄게 좋아 보인다고 국민들의 쓰라린 가슴에 대못을 박았습니다. 본인들은 강남권역의 대형 신축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임대주택으로도 주거의 질을 마련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는 내로남불의 발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국민을 계몽시켜야 할 대상으로 여기며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을 참으라는 강요에 불과합니다. 여권 대선후보의 임대차3법에 대한 인식도 유사합니다. 문제가 있긴 하지만 제도를 다시 고치는 것보다 적응하는 것이 낫다라는 발언도 이런 일방통행식 정책에 기인한다고 봅니다. 정부의 일방통행식 주택정책에 의해 임대주택은 숫자 부풀리기의 희생양이 되고 있습니다. 주거의 질 개선이 최우선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임대주택에 대한 정부의 생각은 별로 바뀌지 않았습니다. 2020년 입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2021년 비어있는 공공임대주택 가운데 98%가 전용면적 50㎡(약 15평) 미만 소형주택으로 드러났습니다. 대통령이 방문해 홍보했던 동탄신도시의 임대주택도 1년이 지난 시점까지도 입주자를 찾지 못해 공실인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정부는 소형주택 위주로 공급을 대폭 늘렸지만 정착 수요자들의 선호는 없었던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을 목표치보다 초과 달성했다고 자화자찬합니다.
전체 임대주택 공실은 3만3000 채가 넘는다고 합니다. 공공임대주택의 숫자 부풀리기가 가져온 참상입니다. 주택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주택을 100 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쪼개고 또 쪼개서 150채의 원룸과 고시원 수준의 비선호 주택을 공급하는 겁니다. 공급물량 확대가 아니라 실제로 국민이 살고 싶은 집을 공급하는 것이 주거의 질을 개선하는 첫걸음인데도 말입니다.
국민을 월세로 내몰고 있는 것은 더 심각합니다. ‘전세의 월세화’가 심화되면서 임차인들의 주거 여건은 열악해지고 있습니다. 서울의 월세 비중은 40%를 넘어섰으며 월세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10.5%나 올랐습니다. 강남권보다 강북권의 상승률이 3배나 높습니다. 중산층과 서민들의 피해가 불을 보듯 뻔합니다. 그나마 서울에서 이동하면 다행이지만 임대차 비용이 늘면서 경기도나 인천 등으로 탈서울하는 인구들도 늘어나는 중입니다. 작년 서울을 빠져나간 인구는 10만명이 넘습니다. 탈서울을 택한 수요자의 37.6%가 주택문제였습니다. 무주택자들이 점점 더 외곽으로 밀려나 자연스러운 인구 분산이 아닌 시장 불균형이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공공임대주택은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형주택이 공실인 이유는 주거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최근 3기 신도시 사전분양 중 신혼희망타운에서 대거 미달사태가 발생한 것도 10년을 거주해야 하는데 방 2개의 소형주택은 선호하지 않는다는 방증입니다.
주거의 질을 측정할 수 있는 복잡한 지표를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주택수요자들이 원하는 주택을 원하는 지역에 공급하는 것이 최고의 주거복지 정책입니다. 숫자 늘리기에 매몰되고 국민을 계몽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각으로는 절대로 주거복지 선진국을 만들 수 없습니다. 공공임대주택 비중을 OECD 평균으로 높이겠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정부는 본인들도 살고 싶은 주택을 공급했으면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