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올해 중국 경제 최우선 순위는 '자립'"
시진핑, 에너지 안보와 산업 공급망 안전 확보 강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에너지 안보와 산업 공급망의 안전 확보를 강조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서방이 에너지를 주요 경제제재 수단으로 삼는 것이 가시권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아울러 미국이 중국 간 전략경쟁의 최전선을 기술에 두고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 전력하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지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이 끝난 뒤 네이멍구 대표단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2030년 탄소 배출 정점, 2060년 탄소 중립' 목표를 언급하며 "탄소배출을 낮추는 동시에 에너지 안보와 산업 공급망의 안전을 확보해 민중의 정상적인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실에서 벗어나 서둘러 성공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탄소 배출 저감과 에너지 안보라는 두 개의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지침을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의 에너지 전문가 한샤오핑(韓曉平)은 글로벌타임스에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을 향해 일률적인 접근법을 채택하지 말고 에너지 절약 기술을 점진적으로 도입해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탄소 중립에 대한 '현실적 접근'이라고 분석했다.

SCMP는 "지난해 전기 대란에 따른 화석연료 사용 증가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한 상황에서 시 주석이 중국의 탄소 목표 달성에서 '현실적 접근'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환경 전문가 양푸창은 SCMP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여파로 석유와 가스 가격이 최고 수준으로 상승한 상황에서 시 주석이 에너지 안보를 강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SCMP는 또 리커창 총리가 지난 5일 전인대에서 한 업무보고를 보도하면서 중국이 올해 무역 역풍과 지정학적 복잡성 속에서 경제 분야 최우선 순위로 '자립'을 강조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리 총리가 과학기술 혁신과 관련 공급 능력 향상 등 산업 공급망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같은 날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일련의 경제 분야를 콕 집어내며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경제계획 총괄 부처인 발개위는 같은 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베이더우(北斗) 위성항법시스템, 태양전지 산업, 수소 전기 산업의 개발과 발전을 밀어붙일 것"이라며 디지털 경제, 생물의학, 첨단 기기 등도 개발의 우선순위라고 밝혔다.

특히 발개위는 최고 기업들은 공급망의 안전과 안정을 수호해야 하며, 반도체 업계는 질서정연하게 역량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핵심 원자재의 국가 비축분을 확대하고, 농산물의 충분한 공급과 안정적인 생산을 보장하고자 대두와 유지작물의 생산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전자과학기술대의 쩡랴오위안 부교수는 "자립은 안보 이슈"라며 "중국은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켜 관련 안보를 확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코메르츠방크의 이코노미스트 저우하오는 "중국과 유럽연합(EU) 간 투자 협정 교착 상태와 우크라이나 위기에 따른 우려 속에서 안보는 올해 중국 경제 정책의 초점"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식량 안보도 거듭 강조했다.

7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에 참석한 농업계와 사회복지계 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농촌 진흥 전략의 최우선은 식량 공급"이라며 "식량 안보는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식량 안보 문제에서 조금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며 "공업화에 진입했다고 식량 문제를 소홀히 생각하거나 국제시장에 의존해 해결되기를 기대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하는 식량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세계 곡물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시진핑, 에너지 안보와 산업 공급망 안전 확보 강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