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한국 대선 이틀 앞두고 인물 분석·서면 인터뷰 게재
李 "대북 제재 유연한 접근"…尹 "한미일 삼각공조 강화"
"'성공한 버니 샌더스' 이재명 VS '반부패 검사' 윤석열"
미국의 유력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WP)가 7일(현지시간)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이틀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인물 분석을 곁들인 서면 인터뷰를 게재했다.

신문은 매우 다른 국가 비전에도 불구하고 두 후보가 막판까지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면서 두 후보 중 승자가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고 중국이 한층 강하게 부상하는 가운데 정권을 물려받는다고 전했다.

◇ 소년공에서 여당 대선후보…성공한 '아웃사이더' 이재명
WP는 이재명 후보를 미국 진보 진영의 아웃사이더 '성공한 버니 샌더스'에 빗대며 어린 시절 공장 노동자에서 출발해 고학으로 대학을 졸업,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다 집권 여당의 대선후보에 올랐다고 소개했다.

어린 시절 공장에서 일할 때 왼쪽 팔을 다쳤고, 여전히 부상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일화도 공개했다.

성남 시장 재임 시절 청년 기본소득을 도입했고 경기도지사 시절 이를 확대해 큰 인기를 끌었으며 결국 이는 대선 공약 핵심인 기본소득 문제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의 주택 정책을 실패로 규정한 점을 거론하며 문재인 정부 시절 급등한 집값 문제는 이번 한국 대선의 핵심 주제라고 짚기도 했다.

WP는 그러나 이 후보의 외교·안보 정책은 핵심적으로 문 대통령과 겹치는 부분이 크다면서, 그가 대북 포용 정책을 계속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후보는 서면 인터뷰에서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에도 "우리는 한반도 문제를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야 한다는 근본 원칙을 포기할 수 없다"며 "북한이 핵폐기를 뒤집을 경우 원상복귀(스냅백)를 전제로 평양의 비핵화 조치와 동시에 부분적으로 제재를 푸는 유연한 접근법"을 제안했다.

이 후보는 또 이를 위해 "첫 번째로 미국이 자신의 대북접근법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한국은, 한반도 평화 협상에 나서도록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 북한의 동맹인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과도 공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과 벌어지고 있는 경제 경쟁과 관련해선 미중 양국과 함께하겠다며 "한쪽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며 '균형잡기 외교'를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대중국 견제를 위해 결성한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회원국과의 공조도 강화하겠다며 동맹 확대 의지도 분명히 했다.

◇ 전직 대통령 탄핵에 핵심 역할…'안철수의 지지' 얻은 윤석열
WP는 윤 후보에 대해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소를 도왔던 전직 검찰 수장으로서, 공격적으로 부패에 맞서는 검사라는 자신의 브랜드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나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서울대를 졸업한 뒤 지난 2019년 문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임명하기까지 중앙 및 지방 검찰에서 활동했다고 전했다.

이어 신문은 지난주 국민의당 후보인 안철수 대표가 윤 후보에게 길을 내주면서 대권 경쟁에서 중도 사퇴함으로써 '안철수의 지지'라는 중요한 승리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윤 후보가 당선될 경우 대북·대중 정책에서 강경해지면서 동북아 및 미국과의 관계에서 한국의 역할에 큰 파문이 일 수도 있다고 WP는 분석했다.

특히 윤 후보 집권 시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180도 바뀔 것이라면서 윤 후보는 북한의 점증하는 핵 위협에 맞서기 위해 미국과의 공조 강화를 강조해 왔다고 전했다.

윤 후보는 북한의 핵 공격이 임박한 경우에 한국이 선제타격을 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기를 원한다고도 소개했다.

윤 후보는 서면 인터뷰에서 대중 관계에 있어 상충하는 안보와 경제 사이에 균형잡기를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쿼드 안보 동맹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공식 멤버 가입은 제안하지 않았다.

또 그는 북핵 문제 및 글로벌 도전 대응을 위한 한미일 삼각공조 강화와 일본과의 관계 개선 의지도 피력하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날 것이고, 과거 한일 '셔틀외교' 전통을 부활하고 싶다"고 말했다.

성평등 문제에 취약하다는 비판과 관련해선 "페미니즘을 이해하는 많은 방식이 있다"며 "불평등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언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