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코로나19 지역감염 환자가 이틀 연속 500명을 넘어섰다. 전국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가운데 강도 높은 방역 정책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8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하루 동안 총 768명의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해외 유입은 263명, 국내 감염은 505명으로 집계됐다. 중국은 해외 입국자에게 3주 이상의 격리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격리 기간 중 발병한 사람은 해외 유입으로 별도 집계한다. 해외 유입 감염자는 200명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국내 감염 사례는 지난달까지 100명 아래를 유지하다가 이달 들어 급증하고 있다. 지난 3일 117명에서 4일 175명, 5일 302명, 6일 526명, 7일 505명으로 불어났다.

중국에서 하루 감염자가 500명을 넘은 것은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중국은 코로나19가 2019년말 세계에서 가장 먼저 발생한 나라지만, 발원지인 우한과 인근 후베이성을 철저하게 봉쇄하면서 전국 확산을 통제했다. 당시 2020년 3월을 기점으로 신규 감염자 수가 200명대로 떨어졌다.

이후 4월부터는 확진자와 무증상자를 구분하고, 무증상자가 증상이 나타나면 확진자에 추가하는 독특한 집계 방식을 쓰고 있다. 무증상자가 대부분 확진자로 전환하는데다 전파력에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런 구분이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확진자와 무증상자를 구분하지 않는다.

지난 6일 하루 확진자는 214명으로 톈진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던 1월초 이후 두 달 만에 200명을 넘었다. 무증상자는 312명이었다. 7일 확진자는 175명으로 전날보다 다소 줄었지만 무증상자는 330명으로 늘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추이가 지난 1월 오미크론 발견 초기와 다른 점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염이 나타나고 있다는 부분이다. 7일에는 지린성, 광둥성, 상하이, 베이징 등 중국 31개 성·시 가운데 16곳에서 환자가 발생했다.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중국에선 방역정책을 완화할 것이란 기대가 조성되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바이러스 통제와 일상 생활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4일부터 개막한 연례 정치 이벤트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도 '제로 코로나' 정책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궈웨이민 정협 대변인은 "제로 코로나 정책이 중국의 상황에 적합하다"며 옹호론을 펼쳤다.

하지만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의 한 고위 관리는 "오미크론 변이의 전염력이 강한데다 무증상자의 전파 가능성도 더욱 높아져 제로 코로나 정책이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러스 통제의 영향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5일 전인대 업무보고에서 제로 코로나 방역정책을 유지하면서도 "과학적이고 정밀하게 코로나19 감염을 처리할 것이며, 이를 통해 정상적인 생활 질서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국민적 피로를 감안해 방역의 정밀도와 유연성을 높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중국이 자국산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을 완료하는 시점에 방역 수준을 낮출 것이란 관측도 제기한다. 중국이 현재 자국에서 접종하는 백신은 대부분 불활성화 방식이며, 이는 mRNA 백신에 비해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저항력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